[김태석의 축구 한잔] 레바논산 침대 축구? 앞으로는 더할 건데 어쩌려고?

김태석 2021. 6. 14.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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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전 승리 이후 가장 뜨거운 화제를 낳았던 화두는 이른바 '침대 축구', 즉 상대의 시간 지연 행위였다.

벤투 감독은 "대응할 수 있는 게 없다. 상대 스타일과 경기 전략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겠지만, 이렇게 시간을 끌고 경기를 지연시키는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건 피치에서는 단 세 명뿐(심판진)"이라며 "최종 예선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오게 될 경우 이는 아시아 축구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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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석의 축구 한잔] 레바논산 침대 축구? 앞으로는 더할 건데 어쩌려고?



(베스트 일레븐)

김태석의 축구 한잔

레바논전 승리 이후 가장 뜨거운 화제를 낳았던 화두는 이른바 ‘침대 축구’, 즉 상대의 시간 지연 행위였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경기 중 물병을 걷어차며 강하게 분노를 터뜨리는가 하면,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심판들의 적극적인 제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벤투 감독은 상대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꽤 격한 어조로 얘기했다. 벤투 감독은 “대응할 수 있는 게 없다. 상대 스타일과 경기 전략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겠지만, 이렇게 시간을 끌고 경기를 지연시키는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건 피치에서는 단 세 명뿐(심판진)”이라며 “최종 예선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오게 될 경우 이는 아시아 축구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벤투 감독의 말은 토시 하나 틀리지 않는 정당한 주장이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말이기도 하다.

돌이켜 보면,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지역 예선부터 줄곧 만나왔던 레바논은 그때도 이번에도 늘 그랬었다.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 레바논 원정 당시에는 먼저 선제골을 내준 후 동점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경기 종료 직전 김치우의 프리킥 골로 겨우 늪에서 벗어났었다. 시종일관 0-0으로 팽팽하게 이어졌던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레바논전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 이정협의 천금 같은 골로 겨우 1-0으로 승리한 적도 있다.

레바논 선수들은 승리 혹은 승점을 눈앞에 두게 되면 어김없이 갑자기 중증 환자가 되어 쓰러졌다. 그래서 이번 경기에서 그들의 시간 지연 행위는, 밖에서 보기에 분통 터지는 일일지 몰라도 사실 별로 놀랍지 않은 일이었다. 단지 이미 다 알고 있음에도, 당할 때마다 짜증이 나는 상황일 뿐이었다.

그래선지 그래도 깨부술 수 있었던 ‘레바논 침대’ 정도에 너무 유난이라는 생각도 든다. 벤투 감독은 최종 예선에서 이런 장면이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경험적 관점에서 단언컨대 얘기할 수 있다. 최종 예선에서, 이런 장면은 또 나온다. 그리고 그때 피치 위에서 펼쳐질 ‘침대’는 레바논산보다 훨씬 강하고 튼튼할 것이다.

이를테면 이란 같은 팀이 그렇다. 한국과 준수하게 일합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전력을 가진 팀이라 할지라도, 한국을 상대로 승점을 1점이라도 이끌어내는 게 최종 예선 레이스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건 한국도 모르는 이야기가 아니다.

벤투 감독은 최종 예선 플랜을 세울 때 이와 같은 상대의 경기 자세가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것부터 인정할 필요가 있다. 상대가 시간 지연 행위를 한다는 건, 비매너 여부를 차치하고 한국의 플레잉 타임이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좀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더욱 집중력 있게 상대를 공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후 평가가 뒤따르긴 하겠지만, 그 침대 축구를 깨는 방식은 아무래도 좋다. 향후에도 빌드업 전략을 고수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그 빌드업을 활용한 공격의 파괴력이 지금보다는 한층 더 강해질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사실 침대 축구를 공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들이 아닌, 우리가 먼저 승기를 잡으면 된다. 그 가능성을 늘릴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게 벤투 감독에게 주어진 소임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상대의 경기 자세는 변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레바논산보다 더 강한 침대를 마주할 것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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