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양적 완화’ 최초 제안한다 ① [더 나은 세계, SDGs]

황계식 2021. 6. 14.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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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 시기와 속도를 판단하는 것을 하반기 이후 역점을 두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한은 창립 71주년 기념사에서 이 총재는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연내에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 총재는 이어 “한국 경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부진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하반기 회복세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며 “수출과 투자가 호조를 지속하고 소비도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실물경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권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한다고 선언한 지 1년여 만에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반환점 앞에 있다고 시사한 발언으로 읽힌다. 한은은 작년만 해도 우리나라 역사상 첫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QE)를 단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과 공개시장운영 대상 기관 및 증권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한은의 공개시장운영 규정과 금융기관 대출 규정’ 개정안을 의결하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역시 최근 들어 본격적인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시기를 가늠하면서 시장 조율에 나서기 시작했다. 한은과 같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 2일(현지시간) “지난해 사들인 회사채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연말까지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자금 부족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고자 연말까지 회사채 137억7000만달러(약 15조원) 등을 매입했었다. 다만 연준은 이번 매각이 경기 부양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양적 완화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또한 회사채 매입한 이유가 시장에 직접 돈을 풀기 위해서가 아닌, 코로나19 사태 충격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을 위한 ‘일시적 긴급 처방’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현재의 경기부양 정책을 지속할 의지를 내비쳤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0%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금 및 한계대출 금리도 각각 -0.50%와 0.25%로 각각 유지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기준금리는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견고히 2% 이하 수준에 수렴할 때까지 현재의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ECB 역시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채권 매입 규모를 최소 내년 3월 말까지 1조8500억유로로 정하는 등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전 세계는 코로나19발(發)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양적 완화를 시행했고, 현재는 미국과 한국 등에서 인플레이션 우려와 경기 회복세 호조 등에 따라 금리 인상을 통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맞물려 각국이 긴급 처방한 양적 완화 정책이 과거와 같이 대량 실업을 동반한 대규모 인플레이션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미국의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6%,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각각 올라 1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미 노동부는 6월 첫주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그 전주보다 9000명 줄어든 37만6000명으로, 2020년 3월14일 주간의 25만6000명 이후 가장 적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 국회도 비슷한 전망을 언급했다. 지난 4월29일 예산정책처 경제분석국이 내놓은 ‘통화 유동성 증가가 부문별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2000년대 이후 유동성과 인플레이션 간 유의한 관계가 크게 약화돼 유동성 증가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특별한 상황(코로나19 사태 장기화)과 경험(회사채 매입)을 토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극심해진 양극화 해소와 기후대응 등 미래 당면과제 해결을 위해 아시아 최초의 ’ESG 양적 완화’를 제안한다. ESG(Environment 환경·Social 사회·Governance 지배구조) 양적 완화를 통해 국채뿐 아니라, 민간기업과 공기업 등이 발행하는 ‘녹색채권’을 매입하고,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사회적 채권 형태로 발행한 MBS(주택저당유동화증권)를 사들인다면, 기후대응 및 ‘그린 뉴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녹색경제를 대변하는 새로운 녹색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산업계 에너지 대전환과 ‘그린 무역’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 특히 MBS 매입은 서민의 주택 구입과 ‘내 집’ 마련을 위한 안정적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 

앞서 2012년 9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는 월 400억달러 규모의 MBS를 사들이고 0% 수준의 기준금리 정책을 펼쳐 성공적인 경기부양을 일으킨 바 있다.

현재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5%로 유지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이 같은 저금리 정책으로 시장에 공급될 수 있는 자금 유동성은 커졌지만, 이 자금이 서민의 삶을 나아지게 했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가상화폐와 주식 등으로 대거 몰리며,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또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산업계 경직으로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양극화 현상은 되레 더 심해졌다는 평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2020년 12월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작년 12월 구직급여 지급액은 9566억원으로 전년 동월(6038억원)보다 58.4% 증가했다. 또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1분기 전국의 적자가구 비율은 24.6%로, 지난해 1분기 26.4%보다 1.8%포인트 낮아졌으나 소득 최하위 20%인 1분위에서는 60.6%로 1년 전과 동일했다. 1분위 10가구 중 6가구는 여전히 적자로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는 의미다.

ESG 양적 완화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시행된 사례는 거의 없으며, 특히 아시아·태평양에서는 시도한 적 없는 정책이다. 하지만 ‘그린 뉴딜’, ‘에너지 대전환’, ‘기후대응’, ‘극심한 양극화’, ‘서민경제 악화’, ‘가상화폐 리스크 심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무후무한 상황과 이에 따른 과제를 앞에 두고 새로운 토대 위에서 검토해볼 수 있는 경제 정책이기도 하다. 아시아 최초의 ESG 양적 완화를 통해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과 EU에서 그린 뉴딜 주도권을 넘겨받아 한국이 선도해 나갈 수도 있다. 아시아 최초의 녹색, 사회적 양적 완화를 검토해볼 것을 제안한다.

김정훈 UN SDGs 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 기구이며, ICMA(국제자본시장협회) 녹색 채권·사회적 채권 옵서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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