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석열 앞의 가시밭길

기자 2021. 6. 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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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주필

尹은 실패한 文 정책 안티테제

엘리트주의 등 5大 위험 요소

朴·李수사 책임 문제도 새 뇌관

지금이 정치적 최고점 가능성

국민의힘 백의종군 입당 필요

태극기 세력 돌팔매 감내해야

정치와 법치는 원래 상극이다. 정치가 다양한 세력의 이해를 조정하는 ‘타협의 예술’이라면, 법치는 합의된 규칙을 집행하는 ‘원칙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미래를 설계하고, 법치는 현재를 수호한다. ‘뼛속까지 검사’라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통령 도전이 자연스럽지 않은 원천적 이유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60세까지 검사 외길을 걸어온 사람에게 ‘정치적 인간’으로의 변신은 간단치 않은 일이다.

그런 경력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단계까지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고도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대통령은 다르다. 모든 전문 분야에는 ‘보이지 않는 지식(tacit knowledge)’이 있는데, 정치적 감각을 단기간 학습으로 얻을 순 없다. 실제로 법치 최고봉이 정치 최고봉에 이른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대쪽 판사’ 이회창은 대선 3수를 하고도 실패했다.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은 박정희 ‘군정’에 맞서 민정당(民政黨)을 창당하는 등 정치에 깊숙이 관여했지만 이전투구에 손을 들었다. 20대였던 손자 김종인은 그때 정치를 배웠다. 이탈리아 정치판을 뒤엎은 ‘마니 풀리테’로 국민 영웅이 된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는 ‘가치 이탈리아당’을 만들고 상원의원도 지냈지만 정치에서 성공하진 못했다.

다른 한계와 장애물도 많다. 윤석열은 아직 ‘안티테제’일 뿐이라는 사실이 두 번째 문제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항성이 아니라, 문재인 실패를 반사해 빛나는 행성과 같다. 여권 후보가 결정되고 문재인과의 차별화 또는 절연에 나서는 순간 반사 위력은 급감한다. 벌써 여권에서 조국을 털어내고 문재인을 밟고 지나가자는 구상이 나온다.

셋째 장애물은 이명박·박근혜 수사를 주도해 놓고, 그들의 정당과 함께해야 한다는 얄궂은 운명이다. 윤석열 입당은 탄핵 찬반 시비를 또 소환할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새 대표가 ‘비빔밥’ 논리로 당외 주자의 독자성 존중을 강조하고 있으나,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입 보수’ 아닌 ‘행동 보수’에서 반윤석열 정서가 크기 때문이다.

넷째, 현 정권이 “우리 총장” 윤석열에 대해 잘 안다는 사실이다. 지피지기다. 송영길 대표의 윤석열 X파일 주장이 엄포만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엘리트주의 문제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윤석열, 서울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하고 하버드대에 진학한 이준석은 그런 이미지를 준다. 화전민 집안, 검정고시 출신의 이재명과 대비될 것이다. 이미 여당은 실력만능주의 프레임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터무니없는 1% 대 99% 편 가르기 선동이지만 대응이 만만치 않다.

이런 한계에도 윤석열 열풍이 계속되는 것은, 정권 획득을 열망하는 보수의 전략적 선택과 문 정권의 끝없는 실책 때문이다. 서울시장 선거 참패와 이준석 바람에 충격받은 여권은 상상을 뛰어넘는 전략도 불사할 것이다. 최재형 감사원장 등 대안도 떠오른다. 게다가 윤석열의 이미지인 공정·법치는 시대정신의 일부분일 뿐이다. 갈수록 민생, 안보, 4차 산업혁명 등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따라서 정치 진입 직전인 지금이 윤석열의 정치적 최고점일지도 모른다.

지금 윤석열이 해야 할 일은, 고르디우스 매듭 자르듯 5대 장애물을 일거에 넘을 파격적 정치다. 같은 ‘0선’인 이준석 대표가 시범을 보여주었다. 심각한 정치 혐오를 고려하면, 현실 정치 경험이 없는 것은 장점일 수 있다. 유사 이래로 정치 작동 원리는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멀리 있는 사람을 찾아오게 하는 것(近者說 遠者來, 논어 자로편)이다. 보수층을 결속하고 중도층을 끌어당길 ‘헌신적 결단’이 중요하다.

국민의힘에 가급적 빨리 들어갈 필요가 있다. 조건 없이 백의종군하는 방식이 좋다. 강경세력 정리 이후에, 경선 규칙 결정을 보고,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기성 정치와 다를 바 없다.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사즉생 각오로 그런 문제도 돌파해야 한다. 두 전직 대통령 수사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태극기 세력의 돌팔매질도 피 흘리며 감내해야 한다. 자신보다 좋은 대안이 나타나면 승복한다는 마음가짐도 요구된다. 치열한 노력 없이 야당과 윤석열이 합치기만 하면 쉽게 이긴다는 생각은 망상이다. 꽃길보다 가시밭길, 이것이 정치인 윤석열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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