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상회담 앞둔 바이든-푸틴, 양보 없는 '기싸움'
푸틴 "트럼프는 비범..바이든은 직업 정치인에 불과"
바이든의 '살인자' 비판에는 "美 '할리우드 마초' 방식" 맞불
오는 16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첫 정상회담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기 싸움이 고조되고 있다고 NBC뉴스와 ABC뉴스, CNBC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이 보도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인권 문제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시리아 내전 개입, 사이버 공격 등을 거론하며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백악관은 앞서 지난 12일 러시아의 언론 상황이 자유롭지 못하다며 푸틴과의 정상회담 후 단독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단독 회견은 회담에서 제기된 주제를 자유 언론과 명확하게 소통할 수 있는 적절한 방식”이라며 러시아에 언론 자유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
이에 앞서 바이든은 지난 3월 미 ABC 인터뷰에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 등 푸틴의 정적들이 잇따라 공격받는 데 대해 “푸틴이 살인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또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러시아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14일 방송 예정인 미 NBC방송 단독 인터뷰에서 바이든을 비판했다. 11일 미리 공개된 방송분 일부 내용을 보면, 푸틴은 “바이든 대통령이 당신을 ‘살인자’라고 한 것을 들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또, “내가 재임 중 별의별 이유로 온갖 공격을 다 받아 익숙해졌다. 이젠 전혀 놀랍지도 않다”며 “나에 대한 ‘살인자’ 딱지는 할리우드 마초(macho·남성적 완력을 과시하는 행위)식이다. 그런 거친 레토릭은 미국 정치 문화의 일부”라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을 비교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과 ‘브로맨스(남자들의 친밀한 우정)’ 관계로 이목을 끌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다채롭고 비범하며 재능 있는(colorful, extraordinary, talented) 인물이다. 괜히 미국 대통령이 됐겠는가. 그는 정계 기득권 출신이 아니고 정치 경험도 전무하다.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30세에 상원의원이 된 바이든에 대해선 “성인이 된 이래 정치만 한 직업 정치인이다. 트럼프와는 현격히 다르다”고 폄하했다. 미 언론 매체들은 푸틴이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지지층을 선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푸틴은 바이든에 대해 “지금 대통령은 덜 충동적일 것이다.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타협의 여지를 남겨뒀다.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의 ‘인권 정치’에 맞서려 중국과 전략적으로 밀착해가고 있다. 그는 지난달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화상회의를 통해 중국 장쑤성 톈완(田灣) 원전 등에서 양국 원자력 협력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것을 참관했다. 지난 4일엔 “중·러 관계가 전례 없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양측은 광범위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0년 대통령 자리에 오른 푸틴 대통령은 3연임을 금지하는 헌법에 따라 2008~2012년 총리로 물러났다가 2012년 대통령으로 복귀했다. 총리일 때도 사실상 전권을 갖고 있었기에 실질적으로 22년째 러시아를 통치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엔 자신의 임기를 2036년까지 늘릴 수 있게 하는 개헌안이 국민 투표에서 가결되면서 ‘합법적’인 종신 집권의 길까지 열었다. 작년 말 퇴임 뒤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 ‘셀프 면책법’까지 통과시키며 혹시 모를 실각에도 단단히 대비해놓았다.
내년 70세를 앞두고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최근 활발한 활동으로 이마저도 불식하고 있다. 푸틴은 지난달 자선 행사로 열린 아이스하키 경기에 참가해 9골을 넣으며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크렘린궁은 그가 경기 중인 모습이 담긴 사진을 직접 공개하며 “푸틴 대통령이 이날 최우수 선수로 뽑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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