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팀의 주장인 것 자체가 행운"..손흥민, 동료들에게 감사 표시

오종헌 기자 2021. 6. 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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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고양] 오종헌 기자 = "이런 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운이 좋은 일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3일 오후 3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최종전에서 레바논에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조 1위(승점16)로 최종 예선에 진출했다. 

이날 한국은 전반 초반 기습적인 실점을 내줬다. 전반 13분 좌측면에서 크로스가 올라왔고 문전 혼전 상황 속에서 사드가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한국은 동점골을 넣기 위해 전반 내내 레바논을 압박했지만 결국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후반 6분 만에 한국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손흥민의 코너킥을 송민규가 헤더로 연결했고 이것이 상대 수비 맞고 굴절되면서 득점으로 이어졌다.

결국 역전골까지 터졌다. 후반 20분 남태희가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침착하게 골망을 갈랐다. 이로써 한국은 6경기 5승 1무(22득점 1실점). 전경기 무패, 조 1위로 최종 예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손흥민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실수로 선제 실점을 허용하면 최종 예선 가서도 힘든 경기를 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실수로 말리기 시작한 것은 우리의 잘못이지만 끝까지 책임을 지고 역전승을 거둔 것은 만족스러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손흥민은 남태희가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역전골을 터뜨렸다. 특히 손흥민 본인에게도 의미 있는 골이었다. 지금까지 A매치 6경기 연속 무득점, 무려 20개월 동안 이어진 침묵을 깨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담담했다. 그는 "말이 20개월이지 내가 대표팀에 소집된 게 거의 8개월 만이다. 그 공백이 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골을 넣은 것보다 팀이 승리해서 훨씬 더 기쁘다. 승리가 더 중요하다"고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어 골 세리머니에 담긴 의미도 전했다. 손흥민은 득점 후 손가락으로 숫자 '23'을 표시했고, 중계 카메라를 향해 무언가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오전 1시(한국시간)에 치러졌던 덴마크와 핀란드의 경기에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에 대한 응원으로 보였다.

손흥민이 이에 대해 "카메라에 대고 'Stay Strong(힘내), 사랑한다'고 말했다. 당시 경기를 하고 있을 때는 자고 있어서 몰랐다. 일어나서 소식을 알았고 연락도 했지만 마음이 불편했고, 걱정이 됐다. 친하게 지냈던 동료였기 때문에 경기 중에도 계속 신경이 쓰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손흥민은 이번 6월 A매치 기간에 진행된 월드컵 2차 예선 3연전에서 2경기를 선발로 나섰다. 그리고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선수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했다. 이와 관련해 손흥민은 "이번 소집 때 일찍 온 선수들은 거의 3주 가량 함께 지낸 것 같다. 경기에 뛴 선수들은 정말 고생했고 많이 뛰지 못한 사람들은 기분 나쁜 티 내지 않고 묵묵히 서포트를 잘해줬다. 이런 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운이 좋다. 형, 동생 다 있지만 모두가 할 일을 잘해줘서 만족스럽게 마무리했다"고 동료들을 향해 감사를 전했다. 

그리고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해줘야 하는 주장 노릇도 톡톡히 수행했다. 특히 손흥민은 이번에 처음 소집된 송민규, 정상빈과 같은 어린 선수들을 특별히 챙겼다. 오늘 경기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손흥민은 송민규가 동점골을 유도하자 밝은 미소와 포옹으로 맞아줬고, 본인이 직접 득점한 후에는 벤치에 다가가 정상빈과 포옹했다. 

손흥민은 "어린 선수들의 역할은 항상 중요하다. 오늘 (송)민규가 정말 잘해줬다. 데뷔골인 줄 알았는데 자책골로 된다니 아쉽다. 또 (정)상빈이, (김)영빈이 형 다 잘해줬다. 기존에 있던 형들도 살갑게 잘 다가가준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은 이제 소속팀으로 돌아가면 또 다른 시작이다. 잘했으면 좋겠다"며 애정 어린 조언을 보냈다. 

동시에 주장으로서 팀이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도 빼놓지 않았다. 손흥민은 "모든 부분에서 발전을 해야 한다. 2차 예선은 쉽게 갔지만 최종 예선은 아닐 것이다. 이제 3번째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을 치른다. 정말 힘들고 긴 여정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선수들에게 그 부분을 조언해줄 것이다"고 말했다. 

올 시즌은 손흥민에게도 정말 긴 시즌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충분한 프리 시즌을 보내지 못하고 곧바로 새로운 시즌에 돌입했다. 소속팀 토트넘 훗스퍼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팀이 흔들릴 때도 있었다. 그리고 소속팀 일정이 모두 끝난 뒤곧바로 한국으로 넘어와 6월 A매치 3연전에 임했다. 

쉬지 않고 달려온 손흥민은 휴식이 간절했다. 손흥민은 "그냥 자고 싶다. 마음 편히 자고, 좋은 음식 먹고, 편안한 시간 보내고 싶다. 엄청 바빴던 시즌이었다. 매년 그렇지만 정말 바빴다. 편하게,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 코로나만 아니면 좋은 곳도 돌아다니고 할텐데 아쉽다. 휴가라는 것은 모두에게 기쁘고 설레지 않나. 잘 쉬고 편하게 있다가 본업으로 돌아가겠다"고 소소한 바람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손흥민은 최종 예선을 앞두고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3연전이라는 힘든 기간 동안 큰 성원을 보내주셔서 좋은 결과 얻을 수 있었다. 최종 예선에서도 붉은 악마, 선수들, 국민들 모두 한 마음, 한 팀이 되어 어려운 길 함께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 이번 3연전 동안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도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사진=장승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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