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겸의 일본in]동지에서 적으로..테슬라와 도요타 최후의 승자는?
도요타, 테슬라와 손잡고 전기차 내놨지만
돌이킬 수 없는 강 건넌 머스크와 아키오
脫탄소화 흐름 속 최후의 승자는 누구
한때 친환경차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손을 잡기도 했던 테슬라와 도요타는 결별후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이들의 과거가 새삼 주목받는 건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2030년까지 신규 차량 판매 대부분을 전기차와 수소연료차 등 친환경 차량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와 전 세계적 전기차 흐름 속에서도 수소연료차를 고집하는 도요타. 최후에 웃는 쪽은 누구일까?
일본은 전기차 불모지다. “일본인은 테슬라에 대해 이름밖에 모른다(주간 프레지던트)”, “테슬라는 이 섬나라에서 한 번도 인기를 끈 적이 없다(마켓워치)”는 실랄한 평가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테슬라는 일본인들의 자부심인 도요타와 애증의 10년으로 얽혀 있다.
업계 1위 도요타와 신생 벤처기업 테슬라가 제휴를 맺은 건 지난 2010년 5월이다. 현금 부자 도요타는 당시 5000만달러라는 푼돈(?)으로 테슬라 주식 3.15%를 취득한 후 전기차를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있는 도요타의 토지 및 건물 일부를 4200만달러에 사들이며 화답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훈훈했다. 아키오가 “벤처기업 테슬라 도전정신을 배우고 싶다”고 추켜세우자 머스크는 “존경하는 도요타와 제휴해 역사적인 날”이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협업의 성과는 시원치 않았다. 도요타는 2012년 테슬라 배터리를 탑재한 SUV 전기차 라브4를 세상에 선보였지만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출시 2년동안 판매량은 2000대를 밑돌았다. ‘세계 최초 SUV 전기차’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였다.
일본과 미국간 문화 차이도 걸림돌이 됐다. 두 회사 개발진들이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공동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2014년 테슬라는 돌연 배터리 공급을 중단했다.
도요타도 가만 있지 않았다. 2016년말 테슬라 지분을 모두 청산하고 결별을 선언했다. 당시 도요타는 “투자처를 정기적으로 재검토하는 과정”이라고만 설명했다.
애초 머스크가 겨냥한 건 현대자동차(005380) 연료전지 사업부장이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이었지만 도요타도 발끈했다. 연료전지는 수소차 가격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이다. 전기차에서 손을 뗀 후 도요타가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로 주력하는 수소연료차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에 따르면 머스크 트윗 이후 한 도요타 간부는 테슬라와 다시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테슬라와는 한 편이 될 수 없다”며 혐오감을 숨기지 않았다고 한다. 10년 전만해도 머스크의 열혈 팬을 자처했던 아키오 사장도 등을 돌렸다. 지난해 11월 “내가 보기에 테슬라는 실제로 요리는 안 하고 요리법만 가진 셰프”라고 날을 세웠다.
10년 단위로 바뀌는 패러다임…최후에 누가 웃을까
과거 벤처기업에 불과했던 테슬라는 현재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지난해 7월 도요타 시가총액을 넘기며 업계 1위로 거듭났다. 현재 테슬라 시가총액은 도요타 2배에 달한다.
반면 도요타는 수소연료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 1분기 전 세계에서 판매된 수소차 중 절반인 2000대를 팔면서 도요타는 현대차를 제치고 업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다만 현재까지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탄소중립화가 이슐 떠오르며 수소의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G7 기후·환경 장관회의에서도 수소의 중요성과 미래 수소시장 발전에 대해서 강조한 바 있다.
다루기 어렵고 아직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았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라는 장점이 있어 수소는 탈(脫)탄소 시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0년 당시 벤처기업이던 테슬라는 2020년 도요타를 뛰어넘었다. 2030년에는 누가 웃을 수 있을까.
김보겸 (kimk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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