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소 선거비, 자전거 출근, 파격 인사, 기존 정치 허무는 '이준석 바람'

조선일보 2021. 6. 14. 03: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국회에 첫 출근을 했다. 당 대표에게 제공되는 고급 승용차 대신 지하철을 타고 여의도로 온 뒤 따릉이로 갈아탄 것이다. 그는 노타이 캐주얼 정장 차림에 백팩을 멨다. 넥타이 정장에 비서진을 대동하던 기존의 당대표 모습과 대비됐다. 이 대표는 14일엔 첫 공식 일정으로 천안함 희생 장병 묘역이 있는 대전현충원을 방문한다. 통상 당대표·원내대표 등은 당선 후 전직 대통령과 순국선열이 안장된 서울현충원을 참배한다. 하지만 여권 등에서 천안함 장병 등에 대한 폄하 발언이 이어지자 이곳부터 찾기로 한 것이다.

이 대표는 경선 비용으로 약 3000만원을 썼다고 밝혔다. 전당대회를 치르려면 적어도 수억 원은 든다는 여의도 상식을 깼다. 그는 기본적인 선거 인쇄물과 교통·숙박비 등만 썼다고 한다. 어느 후보나 다 하는 문자메시지 한 통 보내지 않았다. 선거 사무실과 운동원, 참모, 차량도 없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고 소셜미디어로 선거운동을 했다. 그야말로 역대 최소 선거비를 쓰고도 전국 조직을 가진 4·5선 중진들을 꺾은 것이다.

이 대표는 비서실장과 수석 대변인에 초선 의원을 임명했다. 통상 재선급이 맡던 자리다. 비서실장은 이 대표보다 22살이 많다. 수석 대변인에 이어 지명직 최고위원도 여성을 임명키로 했다. 그는 “여성이 당 지도부의 70%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전 대표 등이 격려의 글을 쓰자 곧바로 감사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는 동네 찻집에서 만났다. 기존의 정치 문법과 격식을 허물면서 젊은 세대다운 파격을 보여주고 있다.

‘이준석 바람’을 타고 국민의힘 당협위원회엔 2030 세대의 입당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인천시당의 정치 아카데미에는 2030뿐 아니라 고교생까지 강연을 들으러 찾아왔다. 2030 청년들이 낡은 정치를 고치고 꼰대·기득권 정당을 바꾸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에는 이 대표 외에도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김용태(광명을) 등 2030 당협위원장들이 많다. 이들은 작년 총선 때 이른바 ‘험지'를 배정받아 모두 낙선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들이 당 쇄신과 정치 개혁의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훨씬 먼저 ‘청년 정치'를 외쳤다. 당내 청년당을 만들고 청년 정치 발전 기금을 조성하고 청년 의무 공천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2030 의원들은 당 주류인 친문과 586 운동권에 끌려다니며 한 번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나이만 젊었을 뿐 청년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 이준석 바람은 이 대표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국민의 요구다. 이 대표와 국민의힘은 구태 정치를 퇴출시키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젊은 정치를 선보여야 한다. 민주당도 친문·운동권의 독선적이고 위선적인 꼰대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이번 국민의힘 경선에서 표출된 민심의 경고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