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호 '플랜B 전술·멀티플레이어'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체력 떨어진 상황 경기운영 성공
정승원·김진규 포지션 넘나들어
[경향신문]
지난 12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과 가나의 첫 번째 평가전은 도쿄 올림픽을 위한 최종 리허설 1막이었다. 김학범호는 이 경기에서 퇴장 등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렸지만 3-1 승리를 챙기면서 다양한 수확도 얻었다. 김 감독의 말처럼 단순한 승리보다 더 값진 것들이었다.
올림픽 같은 큰 무대에서는 돌발 변수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퇴장으로 인한 수적 열세도 그중 하나다. 김학범호는 가나와의 첫 번째 평가전에서 퇴장 변수를 경험했다. 전반 37분 김진야(서울)가 상대 진영에서 공을 몰고 나오던 애비-애시 콰야 사무엘을 저지하려다 발목을 밟았고, 주심은 비디오판독(VAR) 후 퇴장을 선언했다.
경기를 주도하다 맞은 갑작스러운 악재에 선수들은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4-2-3-1의 ‘플랜 A’를 들고 나온 김 감독은 플랜 A를 정상 가동하기 힘들어지자 재빨리 ‘플랜 B’를 가동했다. 오른쪽 풀백 이유현(전북)을 김진야의 포지션인 왼쪽 풀백으로 돌렸고, 미드필더 정승원(대구)을 오른쪽 풀백으로 내렸다. 여기에 라인을 내리기는커녕 계속 끌어올리며 가나를 압박, 후반에도 계속해서 주도권을 쥐고 갔다.
김 감독은 그간 올림픽의 빡빡한 일정에 대비해 강한 체력 훈련을 해왔는데, 선수들은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도 움직임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는 이승모(포항)와 조규성(김천 상무)의 추가골이 이어진 동력이 됐다. 김 감독은 “순간 판단 착오로 모든 것이 꼬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수적 열세에서 경기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은 이해하지 않았나 싶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올림픽 최종 엔트리 인원은 와일드카드 3명을 포함해 총 18명이다. 3~4일 간격으로 진행되는 도쿄 올림픽 축구 일정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다. 이에 김학범호에서 체력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멀티플레이어’다. 한 선수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으면 선수 기용이 조금은 수월해질 수 있다.
가나와의 첫 번째 평가전에서, ‘멀티’라는 주제에 부합한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정승원이었다. 주포지션인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인 정승원은 이날 경기에서 이수빈(포항)과 함께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이뤄 경기를 안정적으로 조율했다. 그러다 김진야가 퇴장당한 뒤에는 오른쪽 풀백으로 이동해 그 역할을 또 완벽히 수행해냈다. 대표팀에서는 미드필더로 나서지만 소속팀 대구에서는 주로 오른쪽 사이드백으로 출전하는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와 더불어 김진규(부산)도 빛났다. 2·3선을 오갈 수 있는 미드필더 자원인 김진규는 이날 경기에서는 2선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무난한 활약을 하며 2선 경쟁에 불을 지폈다.
서귀포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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