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이준석..'보수 디지털정치'의 시작이다

오병상 2021. 6. 1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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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돈 조직 없이 SNS 활용한 디지털정치로 당대표 당선
10년간 진보는 디지털 잘 활용..보수도 이준석 통해 배워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으로 첫 출근하고 있다. 2021.6.13 오종택 기자

1.주말 동안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대표 뉴스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작 국민의힘 보수당원 사이에선 당황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설마’했는데 순식간에 이준석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이 아직도 실감이 안나고 불안하답니다.

2.실제로 당원투표에선 나경원 후보가 40.9%로 1등, 이준석은 37.4%로 2등이었습니다. 당원 입장에선 분명 나경원을 더 지지했는데..이준석이 된 셈이니..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보수유권자들이 불안한 건..이준석의 SNS 선거운동, 디지털정치의 위력을 충분히 실감하지 못하는 탓도 있을 겁니다.

3.이준석은 조직과 돈 없이 선거를 치렀습니다. 1억5천만원 모금해서 20%밖에 안썼다고 합니다.
과거 아날로그 시절 같으면 조직과 돈 없이 표를 모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엔 얘기가 다릅니다. 후보 본인이 직접 SNS를 이용해 선거운동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4.코로나 시대라 직접대면이 안되니까 다른 후보들도 '온라인+언택트' 선거운동을 한다고 했지만..주로 문자메시지 대량발송에 매달렸습니다. 이런 딱딱한 홍보용 문자메시지는 대부분 스팸으로 받아들입니다.
결선에 올라온 당대표후보 5명과 최고위원후보 10명에 청년최고위원 후보 5명까지 모두 20명이 수시로 비슷한 메시지를 쏘아대니 그게 바로 스팸 아니겠습니까. 아날로그 시대 공급자 위주 사고방식입니다.

5.반면 이준석은 디지털 시대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했습니다. 디지털 소비자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실시간으로 글과 사진, 동영상을 직접 쓰고 만들어 올렸습니다. SNS의 특성상 이렇게 직접 메시지를 주고받으면 친밀감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이준석의 메시지 자체도 디지털스럽게 간결하고 강렬합니다.

6.예컨데 5월 19일 진보 정치논객으로 활동중인 개그맨 강성범씨가 자신의 유투버에서 이준석 부모의 고향(대구)과 관련해 ‘화교라는 소문이 있던데..대구보다 화교가 낫지 않냐’고 비아냥거렸습니다.
그러자 이준석이 바로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돈 몇 푼에 너무 망가지네요. 대구도 화교도 비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유투버들이 돈을 벌기위해 온갖 비윤리적인 짓을 하는 현실을 지적한 겁니다. 강성범이 바로 사과했습니다. 이바람에 TK지역에서 이준석에 대한 지지가 올라갔다고 합니다.

7.사실 디지털 정치는 지금까지 진보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명박 정권 초기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광우병 반대 촛불시위’가 2008년 여름에 터졌고, 2009년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SNS가 젊은 진보진영의 정치매체로 자리잡았습니다. 2011년 지방선거에선 작가 이외수씨가 ‘트위터대통령’이라 불렸습니다. 이어 나꼼수도 등장했습니다.

8.보수는 상대적으로 이런 변화에 둔감했습니다. 뒤늦게 시작한 것이 겨우 댓글공작이라는 퇴행적 발상이었습니다.
이번 국민의힘 경선과정에서 많은 후보들이 보여준 문자메시지 발송도 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물론 보수 당원 상당수가 카톡을 주로 사용하는 노년층이란 이유도 있을 겁니다.

9.디지털 네이티브 이준석의 SNS 정치에 먼저 열광한 건 젊은 보수들입니다.
문재인 정권 들어 급격히 보수화된 젊은이들이 마침내 이준석이란 그물에 걸린 겁니다. 그 가시적 성과가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를 당선시킨 ‘청년 즉흥 유세’입니다. 이준석이 기획하고 SNS를 통해 20대 청년들에게 알리고 조직하고 선발한 결과입니다.

10.덕분에 이준석은 당대표 경선에서 ‘(보궐선거처럼) 젊은 표를 가져와야 정권교체 가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었습니다.
보수 유권자들이 이 주장에 동의했기에 이준석이란 전략적 선택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선택하고서도, SNS정치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불안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 SNS 정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입니다. 늦었지만 맞는 선택입니다.
〈칼럼니스트〉
202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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