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집값 안정 향한 '불굴의 의지'..마지막 히든카드 통할까

박상길 2021. 6. 1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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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서울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숙제인 집값 안정을 이뤄낼 '승리 투수'가 될까. 홍남기 경제부총리나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처럼 주택 정책의 지휘봉을 잡아보지 않은 그가 고삐 풀린 집값과 망국병이라는 가계부채 증가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년간 세제, 금융, 공급을 포괄하는 25차례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쏟아냈으나 집값과 전셋값을 모두 잡지 못했다. 리얼투데이가 정권별 4년간 아파트 가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4년간 3.3㎡당 서울 아파트값은 87% 급등했다. 부동산 관련 데이터 공개가 체계화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역대 정부 중 최고 상승률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노무현 정부 4년간 상승률인 75%보다도 12%p(포인트)나 높다. 문재인 정부 4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약 40% 올랐는데, 노무현 정부 때(20%)와 비교하면 2배 높은 수치다. 전셋값은 전국 상승률도 높았는데, 문재인 정부 4년간 전국 아파트 3.3㎡당 전셋값은 31% 올라 노무현 정부 때(17%)와 비교해 2배 가깝게 올랐다.

정부가 동원할만한 부동산 정책은 다 쓴 상태라 이제 집값을 잡을 최후 수단은 금리 인상밖에 남지 않았다. 이주열 총재가 집값 안정을 위한 '승리 투수' 역할로 등판할 시기가 다가온 셈이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11일 한국은행 창립 71주년 기념사에서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 시기와 속도 판단의 근거로 코로나 19 전개 상황, 경기회복의 강도와 지속성,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 등 3가지를 명시했다. 이 가운데 코로나 19는 여전히 불안하긴 하지만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국민이 전체의 20%를 넘기면서 정부가 공언한 11월 집단면역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경기는 폭발적 수출 증가 덕에 침체에서 벗어나 4%대 성장이 예고된다.

하지만 역사적 저금리에 편승한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을 내 투자)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하고 집값 버블은 위험 수위로 치닫는 등 금융 불균형은 가중되고 있다. 결국 코로나 19가 통제되고 경기 회복세가 가팔라지면서 물가와 자산 등의 인플레이션 우려만 남는다면 역사적 초저금리를 지속할 명분은 사라진다.

한국은행이 최근 국내외 금융기관 종사자 8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도 이런 인식을 보여준다. 설문 참여자 중 금융시스템 1순위 리스크 요인으로 코로나 19 재확산 및 백신 접종 지연을 꼽은 이가 16%로 가장 많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15%), 높은 가계부채 수준(14%)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 19가 연내 통제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인플레이션과 가계부채가 가장 큰 금융 불안 요인이라는 것이다.

한은은 앞서 지난 10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급증과 주택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의 버블을 금융 불균형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가계부채 급증은 집값 버블과 직결된다. 한은이 금리를 올린다면 타깃은 집값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은이 연내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그 폭과 속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부동산과 증시 등 자산시장은 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이 4%를 넘는다고 해도 작년 기저 효과를 감안하면 여전히 경제 펀더멘털이 허약하기 때문에 급격한 속도와 폭으로 기준금리를 정상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럴 경우 부동산이나 증시의 상승 기대 심리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는 있겠으나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금리 인상이 자산 버블을 억제하는 강력한 진정제가 될 수 있을까. 국토연구원은 올해 3월 리포트에서 금리 수준이 1%포인트 오르면 주택가격은 연간 0.7%포인트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보면서도 금리 인상 속도가 급격하지 않다면 주택 가격에 곧바로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이 집값 하락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6년 새 서울 아파트값이 2배 이상 급등했기 때문에 저금리와 유동성이 사라지면 집값 안정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클 수 있다는 관측이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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