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과천청사 개발 철회에도.."과천엔 집 짓지 말라" 주민 반발 계속

김희진 기자 2021. 6. 1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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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택지 개발 줄줄이 난항 우려

[경향신문]

정부가 주민 반대 끝에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4000가구 규모 주택을 공급하려던 계획을 변경했지만, 과천 주민들은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용산정비창과 태릉골프장 등 다른 지역에서도 주민 반대가 거세지고 있어 공공택지 개발에 줄줄이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4일 당정협의 결과 “과천청사 유휴부지에 4000가구 공급 계획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론에도 과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가 과천청사 대신 과천지구 자족용지 등에 43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한 대체 방안을 두고 “과천 어디에도 집을 짓지 말라”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면서다.

공급계획 10개월 만에 없던 일로
주민 반대로 정책 철회 선례 남겨
태릉골프장·용산정비창 개발도
주민들 반발…연쇄 차질 가능성
국토부·서울시는 “철회 없을 것”

과천 주민들의 반발은 정부가 지난해 ‘8·4대책’에서 과천청사 부지에 4000가구 규모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 중 절반가량은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될 예정이었다. 주민들은 과잉개발 우려와 공원조성 무산, 그리고 임대주택 입주에 따른 집값 하락 등을 내세우며 반대에 나섰다. 주민들이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에 나서는 등 압박을 가한 끝에 과천청사 부지 계획은 철회됐다.

하지만 반대운동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동진 주민소환추진위원장은 “오히려 공급물량이 300가구 더 늘어 예정대로 4300가구가 들어설 경우 과천은 포화상태가 된다”며 “공급계획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주민소환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는 지난 8일 발의돼 오는 30일 투표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과천청사 부지 공급계획이 발표 10개월 만에 ‘없던 일’이 되면서 정부가 주민·지자체 반발에 정책을 뒤집는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4일 당정협의에서 과천청사 부지 개발 취소가 결정되기 직전까지 실무 차원과는 사전 조율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천시 관계자는 “과천시가 정부에 대체부지 등을 제시해오긴 했지만 당정협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획 변경’과 관련해 미리 협의된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정이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이 최대 이슈로 떠오른 만큼, 주택공급 계획에 대한 거센 반대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과천이 남긴 선례가 앞으로 주택공급 계획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과천의 경우 ‘환경보호 대 주거안정’처럼 중요한 가치끼리 충돌하는 사례도 아니고 집값 하락과 과밀화가 반대 이유로 거론되는 상황”이라며 “도시계획에 대한 주민 반발은 언제나 있지만, 정부가 주민 항의로 정책을 철회한다면 앞으로 수도권 어느 지역에서도 주택공급 정책을 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의 경우 지자체와 주민 반대에 부딪혀 정부가 공급물량 축소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용산구 주민들도 용산정비창 개발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에 연쇄적으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신규택지 개발 철회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지난 9일 국토부와의 간담회에서 “용산캠프킴 부지나 서부면허시험장, 상암DMC 부지는 정부와 협의한 대로 주택공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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