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자 찾는 '사이보그 곤충' 등장
전자장치 이식해 인간이 원격조종
싱가포르 연구진 최근 기술 개발
[경향신문]
곤충에 전자장치를 이식해 이동 방향을 인간이 원격조종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연구진은 체온을 탐지하는 적외선 카메라를 부착한 뒤 구조대원이 진입할 수 없는 건물 붕괴현장의 좁은 잔해 틈에 이 곤충을 투입해 매몰자 탐지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초 싱가포르 난양공대 연구진 등은 논문 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서 곤충의 몸에 전극을 이식해 인간이 이동 방향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활용한 곤충은 ‘마다가스카르 히싱 바퀴벌레’이다. 몸길이가 약 10㎝로 성인의 중지 크기에 이른다. 연구진은 바퀴벌레의 등에 일종의 ‘배낭’을 부착했다. 배낭에는 초소형 컴퓨터와 적외선 카메라, 이산화탄소·온도·습도 감지기를 넣었다.
연구진은 바퀴벌레의 몸에 달린 감각기관인 한 쌍의 ‘체르시’와 배낭을 전극으로 연결했다. 이를 통해 배낭 속 소형 컴퓨터로 이동 방향을 원격조종한 것이다. 연구진은 보트에서 노를 젓는 것처럼 왼쪽 체르시를 자극하면 바퀴벌레 몸통이 오른쪽으로, 오른쪽 체르시를 자극하면 왼쪽으로 회전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계와 생체기관이 합쳐진 ‘사이보그 곤충’이 만들어진 것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대규모 건물 붕괴현장에서 인명 구조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크고 무거운 건물 잔해가 켜켜이 쌓인 곳에선 사람이 어디 매몰돼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어려운데, 사이보그 곤충을 투입하면 잔해의 작은 틈으로 파고들어 매몰자 유무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퀴벌레는 특히 많은 곤충 가운데 강한 물리적 충격도 이겨낼 수 있는 내구성 있는 몸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연구실 내 실험에서 인간을 탐지하는 성공률이 94%를 기록했으며, 배터리 힘으로 최대 2.2시간 동안 정상 작동했다고 밝혔다.
사실 곤충 형태의 완전한 초소형 로봇은 주로 국방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영국 방산업체인 ‘BAE시스템스’가 거미처럼 생긴 정찰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소속 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는 초소형 비행로봇을 만드는 게 목표다. 곤충을 닮은 초소형 로봇이 전장에 투입되면 적군의 동향을 은밀히 포착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보다 한발 먼저, 적에 대한 타격이 아니라 인명을 구조하는 목적으로 유사한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완전한 인공 초소형 로봇은 활용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며 “이번 기술은 곤충을 바탕으로 작은 원격조종 장치를 결합하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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