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정치강좌에 고3도 왔다, 인천·대구 "젊은 보수, 하루 30명씩 입당"

김승재 기자 2021. 6. 1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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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판을 뒤집다] [中] 정치 조직·세력화
/일러스트=박상훈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등장은 2030세대의 정치 세력화, 조직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정치의 주변부였던 2030세대들은 이 대표 당선 이전부터 정당에 가입하거나 조직적 정치활동을 하는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해왔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폭등과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2030의 세력화에 속도가 붙었다. 여권 정책 전문가는 “‘기회를 달라’에 머물던 2030들이 ‘기회를 만들겠다’로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했다.

12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국민의힘 인천시당에서 만난 광주광역시민 김모(27)씨는 “아버지 세대와 달리 5·18 이후에 태어난 나는 국민의힘을 싫어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나를 정말 화나게 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실패와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김씨가 이날 인천을 찾은 이유는 국민의힘 인천시당이 개설한 ‘인천 정치아카데미’ 수강을 위해서였다. 기름 값과 통행료 등 하루 왕복 10만원을 쓰면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관련 강의를 듣기 위해 그는 매주 토요일 인천을 찾는다.

인천 정치아카데미 수강생 24명 가운데 김씨 같은 20대는 12명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30대가 8명이고, 고교 3학년인 10대 청소년도 있다. 40대 이상은 3명이다. 수강생 상당수가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의 방법을 알고 싶어했다. 권구민(17·인천 선인고 3년)군은 “직업 정치인이 꿈인데, 구·시의원부터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우러 왔다”고 했다.

12일 인천 남동구 국민의힘 인천시당에서 열린 ‘인천정치아카데미’ 현장. 김병민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싶은 사람에게 손을 들어보라고 하자 일부 참가자가 손을 들고 있다. /조의준 기자

2030세대가 본격적으로 조직화와 세력화에 나서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국민의힘 6·11 당대표 선거가 기점이 됐다”고 말한다. “젊은 세대가 뭉치면 지역이나 이념 구도를 깨고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권에서도 각종 청년 조직을 만들며 젊은 층을 잡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대표 선거를 계기로 젊은 세대의 당원 가입이 늘고 있다. 당대표 선거 기간 이준석 대표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온라인 당원 가입을 독려한 것에 젊은 세대가 호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학재 인천시당 위원장은 “과거 한 달에 온라인 입당 신청자가 30~40건 정도였는데, 요즘엔 하루에 20~30건씩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대부분 2030세대”라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민의힘의 텃밭인 영남에서도 마찬가지다. 대구시당의 경우 하루 평균 4~5건이던 온라인 당원 가입이 최근 하루 평균 30건을 넘고 있고, 경북도당도 하루에 50여 건씩 온라인 당원 접수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4·7 재·보선 참패 이후인 지난달 2일 ‘청년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청년민주당’이라는 당내 조직에 독립적인 예산과 인사권을 부여해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활성화하고, 2030세대가 관심을 갖는 이슈에 신속하게 대응하자는 취지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3일 당 정책전문가 양성 아카데미 수료식에서 “2030 세대가 미래가 아니라 바로 현재에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청년 정치 분야를 대폭 강화하려 한다”며 “내부에서 차세대 리더를 발굴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박영훈 전국대학생위원장은 “우리 정치권은 청년 정치인들을 양성하기보다 광야에서 창조되기를 바란다”며 “더 많이 더 훈련된 청년을 찾아 일어설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로 드러난 민심”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지난 3월 청년조직인 ‘청년정의당’을 출범시켰다. 청년정의당은 만 35세 이하 당원들이 직접 대표를 선출하는 등 예산과 활동이 중앙당으로부터 독립된 청년기구다. 청년 관련 사건·사고나 고용 문제 등에 활발한 논평을 내고 있고, 청년 단체들과 접점도 넓혀가고 있다. 1990년생인 용혜인 의원이 소속된 기본소득당은 당직자 대부분이 20~30대인 원내(院內) 정당이다.

이 밖에 페미니즘이나 젠더 이슈 등을 중심으로 2030세대 여성들의 정치 세력화도 더 활발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선 20대 여성의 15%가 페미니즘을 앞세운 무소속·소수정당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3월 있을 대선에서도 이 정당들이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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