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 공룡 다이어트법' 발의

이효상 기자 2021. 6. 1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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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서 5가지 반독점 규제안

[경향신문]

플랫폼 자사 제품 판매 금지
스타트업 합병 제한 등 내용
업계 “중국 위협 심화” 반발
일부 법안은 통과 어려울 듯

디지털 시장을 꽉 쥐고 있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이하 ‘빅4’)을 통제하기 위해 미국 하원이 5개의 규제 법안을 내놨다. 뉴욕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법안이 통과된다면 지난 수십년 동안 가장 야심찬 독점방지법 개정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5개 법안은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산하 반독점소위가 지난해 빅4의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를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의 후속대책으로 마련됐다. 법안에는 양당 의원들이 고르게 참여했다. 당초 법안의 개혁적 성격으로 인해 공화당의 참여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페이스북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가장 두드러지는 법안은 ‘플랫폼 독점 종식법’이다. 이 법은 회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자사의 제품 판매를 중단하도록 했다. 민주당 소속 반독점소위 위원장인 데이비드 시실린 의원은 이를 1933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를 분리한 ‘글래스-스티걸법’에 비유했다. 플랫폼 운영과 플랫폼을 통한 판매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화되면 아마존과 애플 등은 기업 분할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 막 진입한 잠재적 경쟁자들을 사들이는 ‘킬러 합병’을 어렵게 하는 법안도 함께 발의됐다. 페이스북은 유력 경쟁자인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사들였다. 아마존도 경쟁업체를 인수해 현재 미국 온라인 판매시장의 5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반면 빅테크 업체가 부상을 거듭하던 시기 스타트업의 수는 44% 감소했고, 일자리 역시 줄어들었다. 빅테크 업체들이 플랫폼을 사용해 자사 제품에 특혜를 제공하는 것을 막는 법안도 마련됐다. 아마존은 아마존닷컴을 통해 얻은 다른 판매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자사의 제품을 개선시켰다.

고객이 소셜미디어를 보다 쉽게 탈퇴하고, 자신이 쓴 글 등을 다른 소셜미디어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법안과 합병 신청수수료를 인상하는 법안도 마련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두 법안은 앞선 법안들과 달리 의회 통과가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했다. 앞선 3가지 법안은 강력한 반발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기술업계는 미·중 갈등 등을 언급하며 법안이 미국 기업을 약화시킬 것이라 지적했다. 아마존·구글·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의 로비단체 넷초이스는 “중국 기업의 위협이 심화되는 가운데 나온 이 대책이 미국 기업을 무릎 꿇리고, 미국의 혁신 동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상공회의소 역시 성명을 통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시실린 의원은 “(빅테크 기업들은) 승자와 패자를 고르고, 중소기업을 파괴하며, 가격을 올리고, 사람들을 실직시킬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며 “기술 독점기업에 책임을 묻고 더 강한 온라인 경제를 만들기 위해 우리 법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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