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세는?' 한강 투신 예측하는 'AI CCTV'
투신자 행동패턴 반복학습
발견 땐 관제요원에 영상 전송
올 하반기 현장에 시범적용
[경향신문]
#. 한 남성이 한강대교를 천천히 반복해서 걷고 있다. 다리 아래를 한참 내려다보다 또다시 왔다 갔다 걷기를 반복한다. 한강교량 모니터링 관제요원의 모니터로 이 남성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집중적으로 전송된다. 요원은 투신 의심자로 판단, 수난구조대에 출동요청을 한다.
앞으로는 인공지능(AI)이 한강교량에서 투신을 시도할 것으로 예측되는 사람을 조기에 발견하는 체계가 구축된다. 한강 투신자의 행동을 학습한 AI 기반 CCTV가 이상행동을 탐지하고, 투신을 예측하는 고도화기술이 여기에 적용된다.
서울기술연구원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와 함께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의 ‘한강교량 맞춤형 CCTV 관제기술’을 연구·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관제기술은 올해 10월 구축예정인 ‘한강교량 통합관제센터’와 연계해 시범적용된다. 연말까지 실증 테스트를 거쳐 본격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연구원 측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수난구조대가 현재 운영 중인 한강교량 투신시도 관련 탐지·예측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기존의 관제기술의 한계를 넘어 과학적인 관제체계를 갖추고, 투신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소방재난본부 수난구조대의 출동 현황 정보, CCTV 동영상, 교량의 감지센서 데이터, 투신시도 현황 정보, 신고이력 및 통화내용(문자) 등 정형·비정형 데이터 분석을 수행해 AI 딥러닝 기술을 구축했다. AI가 동영상 딥러닝으로 과거 투신 시도자의 행동패턴을 학습해 향후 유사한 행동패턴 발견 시 위험상황을 탐지·예측하고, 해당 지점의 CCTV 영상을 선별해 관제요원의 모니터에 표출하는 방식이다. 연구원은 기술이 상용화되면 위험상황 발생 시 관제센터로 들어오는 경보의 오류도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정확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수난구조대는 한강교량 CCTV와 다리에 연결된 줄을 통한 장력 및 레이저 감지센서 등을 활용한 관제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특히 마포대교에 설치한 장력줄은 사람이 다리를 넘어가려는 순간 손으로 다리를 잡는 악력과 다리를 넘어가면서 발생하는 무게 등을 25개의 긴 와이어가 감지해 바로 관제센터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투신자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서강대교에 설치된 스캐너는 대교의 앞쪽면과 하단부위를 계속 훑는 카메라가 설치돼 사람의 신체부위 등이 포착되면 바로 경보가 울린다.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면서 지난 5년간 한강교량 투신자 평균 생존구조율은 96.63%를 기록했다.
연구원은 오는 10월 한강교량 통합관제센터 구축과 함께 AI 선별관제 체제가 운영되면 투신시도 자체를 미연에 방지하는 등 사전대응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인석 서울기술연구원장은 “이번 연구는 한강교량 투신사고로 발생하는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양 기관이 협력해 이끌어낸 연구협력 사례”라며 “앞으로도 데이터 사이언스 분석기술을 활용해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실용적인 연구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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