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판사·검사·국선변호사 '한 사무실 한 지휘관' 폐쇄구조 깨야"

박은하 기자 2021. 6. 1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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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변호사가 말하는 '군 사법기관의 문제점'
함께 훈련 받아 '동류의식' 강해..서로 돌고 도는 순환보직
지휘관 성향 따라 사건 좌우.."연줄 없는 장병들만 불이익"

[경향신문]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당시 제대로 기능하지 않은 군 사법제도가 도마에 오르는 가운데 군 법무관 출신 법률가들은 군검사, 군판사, 국선변호장교가 같이 군사훈련을 받고, 한 지휘관 아래에서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폐쇄적인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변호사(군 법무관 18회·사진)는 1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군 사법기관의 문제점으로 군 법무관들의 동기의식과 폐쇄적인 근무 문화를 들었다. 그는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육군본부 등에서 군검사, 법무참모 등으로 일했다.

이 변호사는 “군 법무관으로 선발된 사람들이 함께 군사훈련을 받으면서 ‘훈련동기’가 탄생한다”면서 “또 임관 후 각 부대로 배치되면 모두 법무병과에 소속된다”고 말했다. 군 법무관이 맡는 법무병과 보직은 법무참모, 군판사, 군검사, 국선변호장교(군 국선변호사), 징계장교 등으로 부분적 순환보직으로 운영된다. 각각 맡은 업무 내용은 법무참모를 통해 지휘관에게 보고된다. 그는 “결국 한 지휘관 아래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며, 매일 회의도 함께하고 인사 때도 (같이)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한 “법무관들끼리 서로 잘 아는 사이인 데다 공유하는 정보가 많다 보니 성폭력 사건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기 전부터 군검사나 군판사 사이에서 피해자나 가해자에 대해 예단할 수 있는 정보가 많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런 폐쇄적 문화에서는 지휘관에 따라 사건 처리 방향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 사법이라고 봐주기 수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건은 가혹하리만치 엄정하게 처분된다. 그런가 하면 가해자의 전역을 기다리며 시간을 끄는 경우도 있다”며 “이 같은 차이가 지휘관 성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군 사법의 가장 근본적 문제”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 수사가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관심을 가진 후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이 단적인 예”라며 “상명하복의 원리에 따라 진행되는 군 사건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연줄 등이 없는 장병만 이같이 들쭉날쭉한 군 사법제도에서 불이익을 당한다”며 “군인도 국민인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제한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군 사법제도 개혁은 항상 군 내부에서 ‘시기상조’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대체 언제가 개혁할 시기인 것이냐”면서 “평시 군사법원 제도의 폐지 등 군 사법을 민간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군 법무관을 지낸 변호사 A씨 역시 군 법무관의 동류의식이 만들어낸 폐쇄성을 군 사법제도의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A변호사는 “법조계 자체가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인 좁은 사회”라면서 “(군 법무관들은) 거기다가 함께 군사훈련을 받고, 군 기밀을 공유하면서 폐쇄성이 더욱 증폭된다”고 말했다.

폐쇄성이 불공정한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진다는 진단에도 동의했다. A변호사는 “부대에 따라 수사나 재판을 담당하는 군 법무관, 심지어 변호인에게까지 지휘관의 압력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며 “이 때문에 일부 군 법무관 전관 변호사들이 (군 사건을 담당할 경우) (군) 인맥을 이용하려는 유혹에도 쉽게 노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군사법원 기능을 일부 민간에 이양하는 것 외에도 군 장병을 재판할 때 변호인 접견권을 어떻게 제대로 보장할 것인지 등 세부적인 부분에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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