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K-산업재편 가속] "주력사업에 미래가치 더한다".. 국적·업종 초월한 M&A전쟁

박정일 2021. 6. 1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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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삼성전자·현대차 가세.. IT·車 업계 확산
정부 규제완화땐 시장주도적 자율 구조조정 활발할 듯
한계기업 증가로 올해·내년 역대급 M&A 시장 전망도
국내외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불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가 작년말 인수한 미국 로봇업체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이 현대차의 수소전기트럭 콘셉트가 '넵튠' 앞에 서 있는 모습.디지털타임스DB
글로벌 M&A 시장 추이. <출처= 리피니티브>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이기는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것일까.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터널의 끝이 서서히 보이는 가운데 살아남은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애플과 페이스북 등 자금력이 풍부한 주요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기업 사냥에 들어갔고, 국내에서도 작년 하반기부터 M&A 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뜨거워지는 모양새다.위기를 잘 버틴 기업들은 적은 비용으로 주력사업의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사업 다각화를 꾀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 선제 대응해 기술융합으로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수도 있다.

돌발변수가 없다면 올 연말 또는 내년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M&A 발 산업 구조재편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통과 항공에서 큰 시장이 열렸고, 자동차와 IT 등 국적을 초월한 글로벌 M&A는 전 산업 영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톱3인 이베이코리아와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의 인수 우선협상자가 이번달 내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는 롯데와 신세계·네이버 컨소시엄이 주요 인수 후보자로 꼽히고, 이스타항공은 하림그룹과 쌍방울그룹 등 10여곳의 기업과 사모펀드 운용사 등이 경쟁 중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유통 강자들의 이커머스 시장 장악이 이뤄질 지, 이스타항공은 제조업체들의 사업 다각화가 성사될 지 등이 주요 관심사다.

M&A 열풍은 IT와 자동차 등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위한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올 초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3년 내 대규모 M&A 추진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현대차도 오는 2025년까지 미래 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23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놓았고, 작년 말 미국 로봇업체인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글로벌 투자에 나서고 있다.

재계에서는 과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이후 한계기업에 대한 활발한 M&A를 바탕으로 한 산업재편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기간산업의 구조재편이 이뤄진 것처럼 각국 정부가 규제완화로 물꼬만 터준다면 시장주도적 자율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은 미래 기술력 확보를 위해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미국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FAMGA(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의 지난해 인수합병은 총 35건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31건)보다 오히려 더 늘었다. M&A 투자규모는 무려 121억6000만 달러(약 13조6000억원)에 달해 2019년(60억5000만 달러)의 2배가 넘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조사업체 리피니티브 자료를 인용해 올들어 1분기 말까지 합의된 글로벌 M&A 규모가 1조3000억 달러(약 1500조원)에 이른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는 1980년 이후 1분기 최대 규모로,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올해와 내년에 역대급 M&A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각국의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끝나면 한계기업의 수가 더 늘어나고, 미래 융합 기술 확보를 위한 혁신기업 인수 경쟁도 치열해 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아울러 유사 이래 최대규모의 유동성이 풀려 있는데다 기업들간의 양극화된 현금자산보유 상황도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일 공개한 '2020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2만 5871개 기업 가운데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한계기업 비중은 34.5%로, 2013년 관련 통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많은 기업이 정리된 반면, 새로운 기회의 발생으로 신산업 관련 기업이 크게 성장했다"며 "현재의 코로나 위기 뒤에도 산업계의 글로벌 지각변동에 따른 황금기회가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경제가 크게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M&A 활성화를 적극 고려해 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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