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알았어 꼰대야" 이준석 현상

2021. 6. 1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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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지난 2019년도 11월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일이다. 당시 25살의 클로에 스와브릭 녹색당 의원이 의회에서 탄소배출과 환경변화에 대해서 연설할 때였다. 그녀는 "이번 회기에 선출된 의원님들의 평균 연령은 49세"라며 지금의 환경정책은 현재 의원님들이 아닌 미래세대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동료 의원들로부터 야유가 들리자, 그녀는 "오케이 부머(OK, Boomer)"라고 말하며 연설을 이어갔다. 오케이 부머는 "알았어, 꼰대야"로 해석된다. 이후 이 말은 기성세대의 잔소리를 핀잔하는 20~30대의 MZ(밀레니얼+Z))세대의 저항어가 되었다.

지난주 국민의힘 당대표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선출되면서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30대 젊은이의 유력정당 당대표 선출은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얼마 전만해도 태극기로 상징되던 보수정당에서 파격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강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야 정치권의 주축인 586세대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현재의 이준석 현상은 '오케이 부머'의 한국적 변용이다. 국민들은 이준석 현상이 MZ세대의 일시적 저항이 아니라, 한국정치의 지형을 바꾸는 새로운 에너지가 되길 바란다.

사실 36세 젊은이가 당 대표에 선출된 것만으로는 정치풍토가 바뀌지 않는다. 이준석 현상을 계기로 젊고 유능한 젊은이들의 정치참여가 늘어나야 한다. 20대와 30대 인구는 1367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6.5%. 그러나 21대 국회 MZ세대 의원은 겨우 11명으로 전체 의원중 3.7%에 불과하다. 특히 국민의힘에는 배현진(송파을) 의원과 지성호(비례) 의원 등 딱 2명이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비례대표로 청년을 내세우지도, 지역구에 청년을 제대로 공천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에게 표를 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이들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권은 참신한 정치인을 발굴하고 이들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

국민의힘은 제1야당이지만 실제로는 영남 중심의 지역정당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번 당대표 선출과정에서는 호남당원 비율이 0.8%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비록 권역별 당원 투표에서 호남 비중을 2%로 높였지만 여전히 전국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그렇기에 어떻게 호남지역에서 당원을 늘리고, 호남에서의 지지도를 높일지는 국민의힘에 맡겨진 다급한 숙제다. 반대로 민주당에게는 어떻게 영남 지지율을 높이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해당지역의 국회의원이 없다고 그곳의 목소리를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의 벽을 허물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거론되는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들은 모두 국민의힘 당원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당대표 경선에서는 윤석열, 최재형, 안철수 등의 유력 인사들을 어떻게 입당(합당)시키고, 공정하게 대선후보를 뽑을 지가 중요한 이슈였다. 아직 입당여부조차 밝히지 않았는데 영입전략을 이야기하는 코미디를 벌인 것이다. 정당들은 선거철마다 대중적 인기 있는 외부 인사의 말과 행동에 일희일비하며, 이해타산에 맞춰 헤쳐모이기를 반복해왔다.

검사, 판사, 사업가로서 이미 성공한 사람들을 초빙한다고 해서 수권정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를 대선 후보를 내세우느냐가 아니라, 국민 삶의 향상을 위해 어떠한 정책을 펼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정당마다 지향하는 정강과 가치를 내세우고, 그에 맞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면 그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입당하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자체 콘텐츠가 없는 플랫폼 정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 2017년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유스퀘이크'(youthquake)를 선정했다. 유스퀘이크는 '젊음'(youth)과 '지진'(earthquake)의 합성어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 뉴질랜드에서 젊은 정치 지도자들이 선풍적인 인기로 집권한 현상을 일컫는다. 원래 1960년대 베이비부머들이 일으킨 문화적 충격을 지칭했던 용어가 40여년 뒤 베이비부머의 몰락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5년 늦게 유스퀘이크가 시작된 셈이다. 이준석 현상은 현재의 586 중심의 정치 지형에 대한 단순 충격파를 넘어서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어내는 진원지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586세력의 역습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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