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없는 이용자 추적 차단" 인터넷 서비스 대세될까?

구본권 2021. 6. 1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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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90% '앱 추적 차단' 선택
"이용자식별 관뚜껑 못질한 셈"

애플 선공에 인터넷 사업모델 흔들
페이스북 '반발', 구글은 '따라하기'

'초기설정'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정보주체 선택권 요구 높아질듯

애플 ‘프라이버시 강화안’ 파장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지난 7일 애플 세계개발자대회21(WWDC21)에서 애플의 프라이버시 강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애플 제공

이용자 동의없는 ‘맞춤형 광고’는 편리한 기술인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무시한 침입적 마케팅인가. 애플이 도입한 이용자 정보 추적 방지 기능이 인터넷 서비스 방식과 생태계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 ‘iOS15 업데이트’ 아이폰의 변화

애플은 지난 7일 세계개발자대회21(WWDC21)에서 프라이버시 보호 강화를 발표했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 운영체제(iOS15)를 업데이트하며 이용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기능을 다수 도입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이날 “애플은 사생활을 보호하고 이용자에게 자기 정보에 대한 투명성과 통제권을 제공하는 것을 중시한다”며 무차별적 데이터 수집관행으로부터 이용자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운영체제 업데이트로 이메일 앱, 모바일 브라우저(사파리), 음성비서(시리), 아이클라우드의 프라이버시와 보안이 크게 높아졌다. 대부분의 광고메일은 메일 본문에 보이지 않는 픽셀을 첨부해 이용자 동의 없이 제3자가 개봉 여부와 인터넷 주소(IP) 등을 추적해왔는데, 이번 업데이트로 불가능해졌다. 애플의 이용자 프라이버시 소프트웨어 매니저 케이티 스키너는 “광고 메일은 열람 시각과 인터넷 주소 등을 수집하는데 사용자가 제공 여부를 사용자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9일 “추적에 사용되는 인터넷 주소를 차단한 조처는 이용자 프로파일링에서 관에 못질을 하는 것같은 획기적 진전이다. 인터넷 주소가 없으면 추적 기업은 이용자를 식별할 수 있는 믿을만한 수단이 없다”고 보도했다. 많은 기업들은 이용자의 인터넷 주소를 수집하고 이를 다른 정보와 결합해 사용자별 고유특징(핑거프린트)을 만들고 사용자의 재방문을 인식하고 맞춤형 광고를 내보낸다.

사파리는 수년 전부터 사용자 핑거프린트 작성을 금지했는데 이번 업데이트로 인터넷 주소 제공도 차단했다. 새 유료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 플러스’는 보안 가상사설망(VPN)처럼 인터넷 주소만이 아니라 모든 인터넷 트래픽을 익명화해 식별할 수 없게 한다. 음성비서 ‘시리’는 이용자 기기 안에서 즉각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음성인식’을 적용해, 서버에 음성 녹음 없이 쓸 수 있게 됐다.

애플은 또 ‘앱 프라이버시 보고서’ 메뉴를 통해, 각 앱이 개인정보에 얼마나 접근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일주일 동안 위치정보·사진·카메라·마이크·연락처 등에 각 앱이 얼마나 접근했는지와 적절성 여부도 점검할 수 있다.

애플은 지난 4월26일 운영체제 업데이트(iOS14.5)에서 ‘앱 추적 투명성’ 기능을 제공했다. 모바일에서 사용하는 앱·웹사이트가 이용자의 검색이나 앱 사용기록을 추적할 때 팝업을 띄워 동의를 받도록 하는 기능이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앱스토어에서 쫓겨난다.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는 ‘앱 추적 투명성’ 도입에 대해 “인터넷 역사상 디지털 프라이버시의 가장 중요한 개선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아이폰 너머의 변화

페이스북이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도입에 따라 아이폰에서 띄우는 팝업.

애플이 모바일 기기에서 프라이버시 보호 강화를 설정 초기값(디폴트 세팅)으로 제공함에 따라, 그 파장이 애플 생태계 바깥으로 번지고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광고주, 이용자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금까지 애플의 업데이트는 애플 안의 앱에만 영향을 끼쳤는데 최근엔 광고주, 이메일 마케터, 광고회사, 언론 등의 광범한 웹 트래픽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도했다.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고 광고를 노출시켜온 인터넷 고유의 사업모델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광고 수익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페이스북은 애플의 앱 추적 차단과 이용자 식별 금지에 타격을 받는 대표적 기업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몇 달간 애플의 앱 추적 차단이 “맞춤형 광고에 의존하는 소규모 기업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미국 주요 신문에 반박 광고를 실어왔다. 페이스북은 애플의 업데이트 이후 자사 광고주들을 위해서 홈페이지에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도입에 따른 맞춤형 광고 방식 변경 안내문을 게시해야 했다. 애플이 ‘앱 추적 투명성’ 팝업을 띄우자 이용자의 90% 가까이가 ‘추적 금지’를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플러리 애널리틱스 자료)

광고 기업들은 바뀐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이용자가 추적에 동의하면 무차별 광고 대신 ‘맞춤형’ 광고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걸 내세운다. 내비게이션 앱 ‘카카오티(T)’의 경우, 팝업에 “추적을 허용하면 불필요한 광고대신 맞춤형 광고를 받을 수 있다”며 “추적을 허용하지 않더라도 광고는 노출된다”는 알림을 띄워 ‘추적 동의’를 유도하고 있다.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은 인터넷 업계의 변화로 이어졌다. 구글도 지난 6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구글의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를 통해 설치한 앱이 개인정보를 수집·사용하는 내역을 이용자에게 제공하겠다며 하반기에 상세 지침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도 확대되고 있다. 카카오톡, 아이메시지 등 메시징 서비스도 종단간 암호화가 초기값으로 제공되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된다. 사파리와 모질라의 파이어폭스 등 웹브라우저는 지난해 서드파티 쿠키 사용을 중단했으며 구글 크롬도 중지 계획을 밝혔다. 서드파티 쿠키는 웹사이트 운영자가 아닌 제3자가 심는 이용자 식별 파일로, 이용자가 각 사이트를 넘나드는 행동을 추적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도구다.

더 중요한 변화는 이용자들이 ‘앱 추적 투명성’ ‘프라이버시 보고서’ 등의 서비스를 통해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정보 주체로서의 자기결정권에 눈을 뜨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당연하게 여겨져온 기기와 서비스의 ‘초기 설정값’이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선택권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각성과 요구가 만들어지는 배경이 되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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