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글로벌 명품車·가전제품, 코오롱 EP 쓰죠

이윤재 2021. 6. 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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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수 코오롱플라스틱 대표
오래 써도 변형없는 플라스틱
럭셔리제품 주요 소재로 각광
배터리·자율주행·수소탱크..
차세대 핵심 기술에도 투입
바이오 원료 등으로 EP 생산
화학기업 난제 친환경도 해결
"화학 슈퍼사이클이 오면서 글로벌 명품 업체와의 비즈니스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 대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회사를 넘어 글로벌 명품 화학기업으로 도약하겠다."

최근 경기도 과천 코오롱타워에서 만난 방민수 코오롱플라스틱 대표는 "최근 글로벌 명품 고객사들이 빠르게 늘면서 또 다른 성장 기회가 오고 있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자동차·냉장고·커피머신 등 고급 소비재에 들어가던 EP가 이제는 글로벌 명품의 특수 소재로 쓰임이 확대되는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콧대 높은 글로벌 명품 업체들이 신규 고객이 되면서 첨단 소재 개발과 고부가가치 사업 기회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맞은 화학 슈퍼사이클이 업계의 경쟁력 강화로 선순환되고 있다는 의미다.

EP는 기계·전기전자·자동차 등에 쓰이는 고성능 플라스틱이다. 1950년대 미국 듀폰사가 폴리옥시메틸렌(POM)을 개발하며 시장이 본격 형성됐다. 범용 플라스틱에 비해 내열성, 내화학성, 내마모성 등이 뛰어나 주요 제품의 핵심 부품으로 쓰인다. 자동차 안전벨트의 빨간 네모 버튼이 대표적이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부분으로 오래 써도 외관 변형 등 기능 저하가 없어야 한다.

코오롱은 1978년 한국 최초로 EP 사업을 시작해 POM 생산 기술을 자체적으로 완성했다. 현재 10만t 이상 규모로 생산 중인 기업은 유럽 미국 일본 한국 등에 4개 회사만 있으며 코오롱플라스틱이 바로 그중 하나다. 코오롱플라스틱은 5대 EP 중 POM, 폴리아미드(PA6·66),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미래 산업으로 EP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방 대표는 "2000년대부터 기존 자동차·전자 산업이 혁신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며 "유망·사양 사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혁신을 이뤄내는 사업과 산업이 만나는 형태로 성장 공식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코오롱플라스틱이 차세대 먹거리로 역점을 두는 건 자동차 경량화, 배터리, 자율주행 센서, 수소탱크용 소재 등 미래 모빌리티다. 방 대표는 향후 10년간 EP의 상당 매출이 이 분야에서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시장 전망치는 향후 10년간 10배 이상 성장을 예상하고 있지만 방 대표가 기업인으로서 느끼는 '감'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현재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무게를 상쇄하기 위한 차량 경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개발·적용되는 부품들은 과거보다 그 수가 훨씬 많아지고, 제작 난도는 더 높아졌다. 코오롱플라스틱은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해 경량화 부품의 신뢰성을 높였다. 2차전지 배터리 역시 모듈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하우징과 고전압이 흐르는 충전 부품의 난연 소재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코오롱은 친환경 할로겐 프리 난연 제품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용 전자파 차폐 소재 개발도 주력하는 분야다. 방 대표는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센서 부품은 전기 시스템 및 통신장비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로 인한 오작동이 없어야 안전 운행이 담보된다"며 "이에 꼭 필요한 것이 전자파 차폐 성능을 가진 EP인데, 코오롱의 경우 그동안 컴퓨팅, 커넥팅 등과 관련된 소재 개발이 잘 진행돼 미래 핵심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수소탱크용 소재 개발도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 코오롱플라스틱은 국내 자동차·탄소섬유·소재 회사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수소탱크 소재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코오롱은 수소 탱크 내부용 EP를 만들고 있다. 팽창하는 수소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플라스틱으로 국산화가 안 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방 대표는 "일종의 전략물자화될 수 있다 보니 2023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국산화에 성공하면 향후 기술 확보와 원가 절감 등에서 상당히 유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전 세계 기업들이 강화되는 친환경 규제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코오롱플라스틱은 이에 대한 준비도 상당 부분 마쳤다. 코오롱플라스틱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POM 생산기업으로는 세계 두 번째로 바이오 원료를 사용한 '바이오POM' 상업 양산에 성공해 ISCC PLUS 인증을 획득했다. 바이오POM은 식물·음식폐기물 같은 유기성 폐기물에서 추출한 바이오매스를 기반으로 만든 원료를 사용한 POM이다. ISCC PLUS는 유럽연합(EU)의 재생에너지지침에 부합하는 국제 인증 제도로 친환경·바이오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인정한다.

코오롱플라스틱의 친환경 행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이오POM을 넘어 그린POM 생산체계 준비도 끝났기 때문이다. 일반 POM을 생산하기 위해선 원료로 메탄올이 사용되는데 코오롱플라스틱은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하는 메탄올로 '그린POM' 양산에 대한 설계도 마쳤다.

코오롱플라스틱은 올 1분기 매출 952억원, 영업이익 68억원으로 최대 성과를 냈다. 화학 슈퍼사이클이라는 호재도 있었지만 코오롱의 경쟁력 없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실적이 아니다. 방 대표는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해결하고자 하는 코오롱의 문화는 우리만의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He is…

△1967년 서울 출생 △1989년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1997년 연세대 경영학 석사 △1990년 코오롱유화 입사 △2011년 트라움인베스트먼트 대표 △2011~2013년 (주)코오롱 전략기획실장 △2020년~ 코오롱플라스틱 대표

[이윤재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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