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24시] 윤석열에 관심 많은 평양 통전부

여론독자부 2021. 6. 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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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尹 대권 도전 비꼰 방송극 공개 등
北, 보수 후보 당선 저지 나서지만
과거와 달리 대남선전 관심 못받아
어설픈 선거개입 더이상 안통할 것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서울경제]

서울에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청와대 주인을 선출하는 대선이 10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직업 정치인들은 직접 선수로 뛰거나 유력 후보를 옹립하는 데 올인한다. 교수와 언론인을 비롯한 전문가 그룹들도 들썩인다. 엽관제도(spoil system)에 의한 대선 전리품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책연구원장과 공기업 임원은 물론이고 운때만 맞으면 장차관도 노려볼 수 있다. 기업들 역시 훗날을 대비해 홍보팀을 활용해 각 캠프의 선을 대는 데 여념이 없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방식에 의한 지지율 경쟁을 거쳐 여야의 대표 선수들이 명년 3월 9일 진검승부를 벌인다.

대의민주주의의 꽃인 남한의 대선에 숟가락을 얻는 집단에는 평양도 포함된다. 북쪽은 투표권은 없지만 역대 남쪽의 선거에 대한 관심은 하늘을 찌른다. 북한 대외 선전 매체인 ‘통일의 메아리’는 지난달 희한한 내용의 콩트 원고를 공개했다. ‘별의 집에서 일어난 별찌(별똥별) 소동’이라는 제목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부의 대화 형식으로 짠 방송극이다.

극 중 윤 전 총장 부인의 발언으로 “한때 대선 주자로 이름을 올렸다가 돌덩이같이 추락해버린 반기문처럼 당신도 반짝했다가 결국 사라져버릴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꼬집었다. 지난 1월과 3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향해 “별의 순간이 보일 것” “별의 순간을 잘 잡은 것”이라며 대권에 도전할 기회가 왔다고 한 발언을 비꼰 것이다. 북한 대외 선전 매체가 그동안 윤 전 총장을 비판한 것은 종종 있는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방송극 형식까지 동원했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아마도 윤 전 총장의 고공 지지율이 지속되면서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남 담당 통일전선부는 윤 전 총장의 당선을 저지하면서 향후 당선 시 서울의 대북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여념이 없을 것이다. 종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명으로 야당 후보의 약점을 침소봉대해 유포시키는 공작은 단골 메뉴다.

북한 대남 정책의 핵심 중 하나는 대선마다 보수 후보의 당선을 막는 일이다. 남한의 대선이 다가오면서 평양의 속내는 복잡하다. 북한은 하노이회담 노딜 이후 문재인 정부를 거칠게 비난하면서도 윤 전 총장의 높은 지지율에 당혹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압박해 대남 유화정책을 이끌어내기 위해 청와대를 ‘미국산 앵무새’라고 공격하고 있지만 야당 후보의 급부상으로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필자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시절 고문이었던 황장엽 전 노동당 주체사상 비서는 통전부는 선거만 되면 남측의 정치상황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총력을 다한다고 증언했다. 과거 금강산 관광이 진행되던 시절 현장에 가면 안내참사들은 필자에게 당시 이회창 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후보를 비롯해 2017년 대선을 앞두고도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보수층의 표심이 쏠리는 것을 경계하며 대남 선전 매체를 동원해 맹비난을 쏟아냈었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과거 북풍 등으로 북한 변수가 득표에 도움이 되던 시절이 있었으나 이제는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옛날이야기다. 야당 당 대표에 30대가 당선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부동산 폭등과 취업난 등으로 중산층은 물론 MZ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자) 역시 북한에 별 관심이 없다. 아무리 통전부에서 풍자극을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남한 사회에 유포해본들 감흥이 없다. 과거 정치권에서 구호로 등장한 ‘통일 항아리’ ‘통일 대박론’도 팍팍한 현실에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세기의 만남이라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의 싱가포르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도 미디어를 장악하는 리얼리티 쇼 정도로 기억한다.

아무리 24시간 남한 뉴스를 체크해도 통전부가 남한 사회를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북한이 남한 대선에 개입하는 전략은 무용지물이다. 선거가 임박함에 따라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자행하는 군사 도발은 더더욱 자제돼야 한다. 남한의 대선은 시대정신을 국민이 선택하는 축제다. 어설픈 선거 개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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