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베트남 잔혹사'

박민주 기자 2021. 6. 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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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적 경영환경 탓 적자폭 커지자
롯데마트 내달 '하노이 1호점' 폐점
이마트, 지분 100% 현지기업 매각
도시화 빠른 위성도시 출점 등 선회
CU·롯데홈쇼핑·CJ오쇼핑 등은 철수
[서울경제]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유통기업들이 수년 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형마트부터 편의점, 홈쇼핑 등 다수의 유통기업이 일찌감치 베트남 시장에 발을 디뎠지만 최근 들어 매장을 축소하고 사업을 철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외국계 기업에 배타적인 사업 환경으로 인해 현지화에 실패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진 탓이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다음 달 1일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동다점을 폐점하기로 했다. 동다점은 지난 2014년 롯데마트가 베트남에 7번째로 오픈한 점포이자 하노이 1호점으로 지난해 코로나19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자 문을 닫기로 했다. 이로써 롯데마트가 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점포는 15개에서 14개로 줄어든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수익성 차원에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며 "동다점은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연장하지 않고 폐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1호점인 동다점을 폐점하는 것은 그만큼 베트남 사업 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올 1분기 롯데마트 베트남 사업 매출은 76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고, 영업이익은 40억 원으로 45%나 급감했다. 외형 성장도 더디다. 롯데마트는 지난 2008년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며 10년 내 30개의 매장을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15개에 그쳐있다.

베트남에서의 고전은 롯데마트뿐만 아니다. 이마트(139480)는 최근 베트남 사업 지분 100%를 현지 기업인 타코에 전량 매각하며 직접 운영을 포기했다. 대신 현지 기업과 손잡고 로열티를 받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마트는 지난 2015년 호찌민에 1호점인 고밥점을 열었으나 인허가 등의 문제로 추가 출점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편의점 GS25는 지난 2018년 베트남에 진출한 후 100호점까지 매장을 늘렸지만 3년 동안 적자가 쌓이면서 수익성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아예 사업을 접은 기업들도 있다. 편의점 CU는 지난 2019년 현지 유통기업과 법인을 설립했지만, 1년 만에 출점을 포기하고 베트남 사업을 접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8년 베트남에서의 매출 부진과 현지 경영의 어려움으로 시장 철수를 공식화했고, CJ오쇼핑도 지난해 철수를 결정했다.

이처럼 국내 유통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쓴 맛을 보고 있는 이유는 사회주의 국각인 베트남이 외국계 기업에게 배타적인 모습을 보여 사업 확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은 자국 기업 중심의 폐쇄적 규제로 인해 공격적인 외형 성장이 어렵다"며 "프랜차이즈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이같은 위험 요소들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최근 베트남 현지 기업과 일본 유통기업들이 사세를 넓히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점도 국내 유통기업의 부진을 심화시키고 있는 요인으로 언급된다. 일본 유통 대기업 이온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베트남에 대규모 쇼핑센터를 잇달아 오픈하면서 현재 6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20개로 점포를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슈퍼마켓 300개, 편의점 1만 개를 오픈할 계획이다.

이 같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통기업들은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베트남은 30세 미만의 청년층이 절반을 차지할 만큼 젊은 인구가 많고, 평균 경제성장률이 6.8% 수준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소매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마트는 임대료 부담이 큰 대도시의 출점을 자제하고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위성도시에 중소형 점포를 출점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마트도 현지 기업과 손잡고 오는 2025년까지 10여 개 이상 점포를 추가 출점할 예정이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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