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른 사립대 결국 연구비 장학금부터 깎았다
어학원 등 단기수강료 34% 뚝
시설물 대여료 수입도 반토막
등록금 동결·코로나 장기화에
사립대 운영수익 5000억 급감
대학들 결국 허리띠 졸라매기
작년 연구비 평균 12% 삭감
◆ 사립대 재정적자 사상최대 ◆
경기도 B사립대학은 지난해 1학기에 전면 비대면수업이 실시되면서 기숙사가 텅 비었다. 2019년만 해도 약 1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B사립대학 기숙사는 빈방 없이 학생들로 꽉 찼으나, 작년 4월엔 기숙사 입사 학생이 두 자릿수에 불과했다.
B사립대학 관계자는 "기숙사가 비어 있더라도 건물 용역비와 관리비 등은 고정적으로 나간다. 기숙사 수입이 줄어든 만큼 손실이 크다"고 했다.
지난해 1학기부터 세 학기 연속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은 2009년 등록금 동결 정책 시행 이후 '마른 수건'을 짜며 재정을 운영해 온 국내 사립대학들의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13일 매일경제가 국내 사립대학 118곳의 '2020학년도 교비회계 운영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대학의 운영수익은 전년보다 3.4%(5519억원) 줄어든 15조5507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운영비용은 15조6763억원으로 전년보다 2.2%(3600억원) 줄어드는 데 그치며 전체 대학의 운영 차액(운영수익-운영비용)은 마이너스 상태로 돌아섰다. 교비회계는 대학이 교육·연구 등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발생하는 세입·세출을 기록하는 회계다. 교비회계상 운영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은 대학이 교육·연구기관으로서 고유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재정적 결함이 나타나고 있음을 뜻한다. 학교법인의 수익 사업이나 부속 병원 운영에 따른 수익이 뒷받침된다면 교비회계상 운영 적자를 메울 수 있겠지만 국내 대다수 사립대학은 등록금 수입 외엔 고정적인 수입원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사립대학 운영수익의 60%는 등록금에서 나온다. 지난해 사립대 118곳의 학부·대학원 수업료 수입은 총 9조4212억원(학부 7조6202억원·대학원 1조801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수업료 수입만으론 대학의 고정비용인 인건비와 관리운영비를 충당하지 못한다. 지난해 전체 사립대학에서 인건비 7조2589억원, 관리운영비 2조8870억원 등 총 10조1460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사립대학 운영수익이 크게 줄어든 이유로는 △비학위과정 외국인 유학생 감소 △평생교육 강좌 축소 △기숙사 운영 차질 △학교 시설 임대 차질 △기부금·전입금 감소 등이 꼽힌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18개 사립대학 중 106곳에서 '단기수강료' 수입이 줄었다. 106곳 단기수강료 수입은 전년 대비 총 1700억원(37%) 감소했다. 단기수강료 수입은 비학위과정 수업에서 발생한 수입으로 한국어학당과 최고경영자과정 수강료 등이 대표적이다. 단기수강료 수입 감소폭이 큰 사립대는 연세대(136억원)를 비롯해 고려대(93억원), 경희대(93억원), 중앙대(68억원), 한양대(67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학교 시설물을 임대해 얻은 '대여료·사용료' 수입이 감소한 사립대는 112곳으로 집계됐다. 112곳 대여료·사용료 수입의 전년 대비 총 감소 규모는 1932억원(49%)에 달했다. 역시 연세대(204억원)를 비롯해 이화여대(114억원), 원광대(68억원), 경희대(66억원) 순으로 전년 대비 감소폭이 컸다.
지난해 사립대학 70곳에서 기부금이 감소했다. 이들 대학에서 교비회계상 기부금 수입은 전년 대비 총 804억원(27%) 줄어들었다. 기부금 감소폭은 고려대(159억원), 영남대(73억원), 동덕여대(67억원), 연세대(66억원), 동아대(62억원) 순으로 컸다.
사립대학 재정 압박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교원 등 대학 구성원들에게 돌아간다.
지난해 사립대학 76곳은 연구비 지출을 전년보다 평균 12% 줄였고, 63곳은 교내장학금 지출이 전년 대비 평균 4% 줄었다. 상황이 심각한 대학에선 올해 예산에서 급여를 12개월분이 아닌 8개월분만 편성하는 등 교직원들에게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일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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