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플래시백', 내가 발 딛고 있는 이곳은 현실인가 꿈인가
화려한 영상..눈부신 섬광은 주의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는 주인공 '프레드릭'은 단조로운 일상에 지루함을 느낀다.
어느 날 길에서 한 남자를 마주친 뒤 따분한 평화는 무너지고 삶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남자에게서 기시감을 느낀 프레드릭은 고등학생 시절 첫사랑 '신디'를 떠올린다. 신디는 또래 여학생들과는 다른 묘한 분위기를 갖고 있던 아이다. 졸업 시험을 앞두고 종적을 감춰 그 행방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학창 시절 동창인 안드레, 세바스찬 등을 찾아 신디의 행적을 수소문하며 프레드릭은 과거의 숨겨진 진실을 하나둘씩 더듬어 간다.
그 과정에서 신디가 자신과 금지된 약 '머큐리'를 먹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복용자를 환각에 빠뜨려 시공간의 구분도 모호하게 하는 일종의 마약이다. 주인공 시점에서 전개되는 영화는 각종 기법을 동원해 프레드릭이 보는 세상을 구현한다. 정신이 흐릿할 땐 인물의 움직임에서 잔상이 생기는가 하면, 시간의 흐름이 뚝뚝 끊기기도 한다. 또 소리가 먹먹하게 들리기도 하며, 밝은 빛이 끊임없이 반짝거리기도 한다.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도 있다. 현재의 프레드릭이 고등학교 시절의 사건들을 꿈꾸고 있는지, 아니면 과거의 프레드릭이 현재의 프레드릭을 상상하고 그 프레드릭이 다시 과거의 프레드릭을 꿈꾸고 있는 건 아닌지 등 영화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 신디도 "어느 한 쪽이 현실이고 다른 쪽은 아닌 게 아니야"라며 "모든 지점은 동시에 공존한다"고 말한다.
마침내 사건이 다 해결됐다고 관객들이 생각할 때 영화는 다시 현실을 뒤집는다. 어느 것이 실제의 주인공이고, 어느 것이 상상인지 마지막까지 확실하게 밝혀주지 않으며 작품을 끝마친다. 여운은 막이 내려가고도 계속된다. 확실하고 시원한 것만 각광받는 시대에 약간은 모호하고 답답한 것들의 존재 의의는 이런 데 있다. 철학자 최진석은 "익숙지 않고 아직은 이름 붙지 않은 모호한 것들은 다 불손하다"며 "익숙함과 결별하는 용기가 없다면 모험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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