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 독재시대 억압 그려낸 쇼스타코비치 선율 아시나요

오수현 2021. 6. 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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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16~19일 예술의전당서 공연
왼쪽부터 바이올린 김재영과 김영욱, 첼로 이원해, 비올라 김규현 [사진 = ⓒJino Park]
화려한 협주곡과 교향곡을 주구장창 써내려간 위대한 작곡가들도 유독 기피했던 장르가 있다. 클래식음악의 정수라고 일컫는 현악4중주다. 바이올린 2대와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현악4중주는 작곡가 내면의 음악성과 실력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장르다. 이들 악기의 노래는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의 4중창이었다가 이내 여러 개의 각기 다른 선율이 얽히고 설키는 다성음악(多聲音樂)으로 변신한다. 관현악 작품이라면 목관악기의 다채로운 음색과 금관악기의 풍부한 음량 뒤에 숨어 부족함을 가릴 수 있지만, 현악4중주는 그야말로 작곡가를 발가벗긴다.

슈만과 브람스 같은 작곡가들도 현악4중주를 쓰는 데 신중을 거듭하다 각각 3곡밖에 남기지 않았다. 그래서 실내악 단체들에 각각 16곡과 15곡의 현악4중주 작품을 쓴 베토벤과 쇼스타코비치의 존재는 무척 크다. 현악4중주에서 베토벤의 작품은 '구약성서',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은 '신약성서'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악4중주 단체 노부스 콰르텟이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쇼스타코비치의 현악4중주 15곡 전곡 연주에 나선다. 노부스 콰르텟의 리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을 지난 9일 만났다. "쇼스타코비치의 현악4중주에는 구소련 시대의 암울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뒤틀린 작곡가의 인생이 그대로 녹아 있어요. 36년에 걸쳐 15개를 썼는데 중·후기 작품으로 갈수록 내면의 갈등이 엿보여요. 쇼스타코비치는 공산당 체제하에서 활동하면서 여러 제약을 받았어요. 정권 입맛에 맞는 작품도 써야 했고요. 그의 음악적 어법은 점차 추상적으로 변모하는데 이를 통해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게 느껴져요."

1906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쇼스타코비치는 제1·2차 세계대전과 볼셰비키 혁명 후 공산화된 조국에서의 삶을 온몸으로 받아낸 작곡가다. 당대 러시아 음악가들이 서방세계로 망명했지만, 모국에 남은 쇼스타코비치는 공산당 간섭 가운데 작품 활동을 해야 했다.

"4중주는 작곡가가 내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형식이에요. 그래서 연주를 할수록 작곡가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선 느낌이 들죠. 쇼스타코비치가 잔인하고 비참했던 시대를 어떤 심정으로 살았는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요. 관객들께서도 저희 연주를 통해 쇼스타코비치의 내면을 들여다보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모여 2007년 결성한 노부스 콰르텟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대표 실내악 단체다. 김재영 외에도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 비올리스트 김규현, 첼리스트 이원해가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결성 후 오사카 국제 실내악 콩쿠르와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입상했고 2012년 세계적 권위의 뮌헨ARD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선 2012년 아트실비아 실내악 오디션에서 우승했다.

"멤버들이 모두 30대에 접어들었어요. 이제 멤버들끼리 어느 정도 일치된 음악적 목표와 방향성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빠르면 내년 베토벤 현악4중주 전곡 연주 도전에도 나설 계획이에요."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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