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발작' 악몽에..러시아 등 美 앞서 금리인상 본격화
연준 움직이기 전 긴축 선회하는 신흥국들
러시아, 브라질, 터키 등 금리 인상 스타트
韓 매파 신호.."통화 방어 위한 고육지책"
연준 긴축 언제..일거수일투족 이목 집중
초미의 관심사는 달러화 흐름을 좌우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행보다. 근래 주요 신흥국들이 한발 앞서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은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미국이 당장 이번달부터 테이퍼링 논의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시장의 긴장감은 높아질 전망이다.
주요 신흥국들, 속속 기준금리 인상
12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1일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5.00%에서 5.50%로 전격 인상했다. 팬데믹 이전 수준(6.00%)에 근접한 수준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팬데믹에 대응하고자 기준금리를 지난해 7월 사상 최저인 4.25%까지 내렸다. 그러나 올들어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지자 지난 3월부터 금리인상에 나섰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중앙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율이 목표치(연 4.00%)를 크게 상회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중앙은행은 다음달 23일로 예정된 회의에서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러시아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1위다.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 1일 회의에서 0.10%의 역대 최저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현행 1000억호주달러 규모의 양적완화(QE) 역시 지속하기로 했으나 곧 긴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호주 중앙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75%로 기존 3.50% 대비 큰 폭 상향 조정했다.
러시아, 호주 등과 경제 규모가 비슷한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창립기념사에서 “현재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노골적으로 매파(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를 던졌다. 이외에 노르웨이는 올해 3분기 인상을 예고했고, 브라질과 터키 등은 이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전세계가 차츰 긴축으로 방향을 트는 건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다. 미국이 갑자기 테이퍼링을 시사하며 돈줄을 조이면 자본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막으려는 성격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신흥국들은 (팬데믹으로 인한) 여전히 취약한 경제를 해치더라도 통화 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연준의 시간’ 왔다…테이퍼링 주목
상황이 이렇자 연준의 일거수일투족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본격적인 ‘연준의 시간’인 셈이다. 당장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열리는데, 테이퍼링 논의에 착수할지 주목된다.
월가에서는 이번달 연준 통화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제프리스의 아네타 마코우스카 이코노미스트는 “(점도표를 통해) FOMC 위원들이 내놓는 추후 기준금리 전망치에 변동이 없을 것”이라며 “있다고 하더라도 제롬 파월 의장이 이를 축소 평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연준의 긴축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온다. 연준 역레포(reverse REPO)를 통해 유입된 자금이 5478억달러에 달하며 역대 최대로 불어난 게 대표적이다.
역레포는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향후 다시 사들이는 조건으로 시중은행,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팔아 시중 유동성을 일시적으로 흡수하는 수단이다. 현재 역레포 예치금리가 0%임에도 이례적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건 연준 QE로 풀린 돈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돌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올해 연준 FOMC 정례회의는 이번달 외에 △7월 27~28일 △9월 21~22일 △11월 2~3일 △12월 14~15일 등으로 예정돼 있다. 8월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하는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도 있다. 시장에서는 8~9월 중으로 연준이 테이퍼링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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