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 모으고 초등학생 동원까지..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 '막판 스퍼트'

이은영 기자 2021. 6. 1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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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10조원 컬렉션' 경제효과 수천억원
시민단체까지 뛰어들어 "우리 동네에 지어달라"
"미술관 상상만 해도 신나요" 어린이 손편지 전달도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달 말 ‘이건희 미술관’ 건립 장소 등 구체적인 설립 계획을 직접 밝힐 예정인 가운데, 각 지역 정재계 인사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삼성 일가는 지난해 10월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소유한 국내외 미술품 등 총 2만3000여점을 미술관·박물관에 기증하겠다고 지난 4월 밝혔다. 이 회장이 남긴 기증품들의 감정가는 총 3조원가량으로, 시가는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해졌다. 소장품 중엔 겸재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고려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이중섭의 ‘황소’ 등과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등이 포함됐다.

같은 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내부 회의에서 “기증한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이 좋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별도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이 회장 유족 측으로부터 미술품 등을 기증받은 문체부는 미술관 신설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지자체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적극 뛰어든 상태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이건희 미술관 건립 지역에 7482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3201억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방문객 소비지출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는 123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최근엔 지역구 의원이나 지자체장 차원의 의견 개진을 넘어 시민사회에서도 ‘우리 지역에 이건희 미술관을 세워달라’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건희 미술품 특별관 용산건립 민간추진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시 용산구 용산문화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용산은 고 이건희 회장 자택과 삼성미술관 리움이 위치해 있으며 고인의 기증품 대부분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자리한 곳”이라며 “고인의 뜻을 이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했다.

이어 “용산은 서울 교통의 요지로 많은 국민들이 쉽고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덧붙였다. 추진위에 따르면 관내 대학인 숙명여대 미대 교수 등 총 677명이 이 성명에 동참했다.

세종지역 30여 개 문화·예술단체로 구성된 '이건희 미술관 유치 세종범시민추진위원회'이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이건희미술관 세종 유치 촉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 세종범시민추진위원회 제공
전남 여수지역 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이건희미술관 여수유치위원회가 10일 오전 여수세계박람회장 한국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미술관 여수 유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건희미술관 여수유치위원회 제공

미술관 유치 비용을 자체적으로 모으겠다는 시민들도 나왔다. 대구 시민단체들은 지난 7일 ‘국립 이건희미술관 유치 범시민 성금모금운동 발대식’을 열고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모인 돈을 대구문화재단에 기탁해 이건희 미술관 건립에 쓰이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권영준 대구시장이 이건희 미술관 건립비용 2500억원을 시비와 성금으로 모두 부담하겠다고 제안한 데에 따른 것이다.

전남 여수에선 지역 초등학생들이 힘을 보탰다. ‘이건희 미술관 여수유치위원회’에 따르면 여수에선 이번달에만 총 7개 초등학교 430여명의 학생이 손편지를 썼다. 송현초의 한 어린이는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세계적 기업을 일군 이건희 회장님의 미술관이 바다미술관이 될 여수에 유치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만 해도 신이 난다”고 적었다. 어린이들의 편지는 위원회를 통해 관련 기관에 전달될 예정이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모교인 경남 진주 지수초등학교 총동창회도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같은 날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존중하고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문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이건희 미술관을 진주시에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정권을 손에 쥔 문체부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날까지 30개가량의 지자체가 미술관 유치 의사를 밝혔다”며 “여러 안을 두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며, 이달 말쯤 확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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