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의 몰락'.. 6월 수능 모의고사 국영수 1등급 이과가 싹쓸이

이윤주 2021. 6. 1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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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재수생 모두 치른 첫 문·이과 통합 모의평가 
문이과 격차 뚜렷.. 융합인재 육성 취지 무색
"문과,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대비 필요"
"계열별 경쟁하는 정시에선 유불리 크지  않아"
지난 3일 대전 서구 괴정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뉴스1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한 올해 첫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에서 국어‧영어‧수학 모두 이과생 성적이 문과생 성적을 압도했다는 가채점 결과가 나왔다. 이번 결과대로라면 문과생은 상위권이라도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해 수시모집에서 낙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계열 간 두드러진 성적 격차가 확인되면서 문·이과를 통합해 융합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정책 취지가 무색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학 1등급 95% 이상이 이과생

13일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는 지난 3일 수능 모의평가인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른 서울 시내 33개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과 졸업생 9,283명의 가채점 성적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모의평가에선 수학 1등급(상위 4% 이내) 학생의 95.51%가 이과생이 주로 치르는 '미적분'(86.78%) 또는 '기하'(8.73%) 과목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문과생이 치르는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은 4.49%에 그쳤다. 2등급(상위 11% 이내) 비율도 확률과 통계 선택이 15.8%, 미적분 또는 기하 선택이 84.2%였다. 이과생이 수학 최상위 등급을 대부분 가져간 것이다.

문과생은 수학 원점수(100점 만점) 자체가 이과생보다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확률과 통계를 치른 학생(문과생)은 원점수 기준 평균 42.6점을 받았지만,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이과생)은 평균 65.6점, 기하를 선택한 학생(이과생)은 평균 59.8점을 받아 최대 23점 차이가 났다.

6월 모의평가 가채점 결과. 수학 1등급 학생의 95% 이상이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했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제공

국어‧영어도 이과생이 앞질러

통상 문과생이 더 잘한다고 알려진 국어와 영어 성적도 이과생이 문과생을 앞질렀다. 6월 모의평가에서 국어 1등급을 받은 수험생 가운데 79.3%, 절대평가인 영어 1등급(100점 만점에 90점 이상) 수험생의 71%가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했다. 문‧이과생 비율이 45대 55로 비슷한 점을 감안하면, 이과생 성적이 훨씬 높은 셈이다. 이번 전체 가채점 분석에서 응시생 9,283명 중 45.57%가 수학 선택과목에서 확률과 통계를, 43.02%가 미적분, 11.42%가 기하를 선택했다.

문‧이과 통합 수능에서 문과생이 불리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앞서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3, 4월 모의평가에서도 수학 1등급 중 문과생이 차지한 비율은 각각 6.3%, 4.3%에 불과했다. 6월 모의평가는 졸업생도 응시가 가능하다.

연구회 소속 장지환 서울 배재고 교사는 “미적분 선택 수험생이 수학 영역 1등급을 독식하는 것은 통합형 수능에서 예고된 현실”이라며 “확률과 통계 선택 학생의 경우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입시업계에서는 정시의 경우 대부분 같은 계열끼리 경쟁하는 만큼 문이과 선택에 따른 유불리 현상은 크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6월 모의고사 국어(왼쪽)와 영어 1, 2, 3등급 내 학생들의 선택과목 분포도.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제공

"2~3점 차이면 문과도 미적분·기하 선택하라"

교육부는 문·이과 장벽을 없애 융합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통합 수능 제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서울 주요 대학들이 자연계열 모집에서 수학과 탐구(과학, 사회, 직업) 영역의 특정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일찌감치 공표해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올해 경희대·고려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 등에 지원하려면 수학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해야 하고, 탐구 영역에서 과학만 2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학 공통과목에서 문이과 점수 차가 큰 만큼 공통과목을 쉽게 출제하면 현재와 같은 격차를 줄일 수 있지만, 상위권 변별력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지금의 공교육 체계에선 문·이과 격차를 당장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통합 취지를 살리려면 공교육 제도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당장 올해 입시를 치러야 할 문과생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임 대표는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모의고사를 수차례 풀어보고 점수 차가 2~3점 내외라면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들의 공통과목 평균 점수가 낮아, 같은 원점수를 받고도 표준점수는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학생에 비해 낮게 받는 경우가 실제 있기 때문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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