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euro] 비극에도 존엄 지킨 덴마크, 동료는 지키고 카메라는 막고

류청 입력 2021. 6. 13. 15:34 수정 2021. 6. 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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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유돼야 할 사진은 이것 뿐이다."

리버풀과 스코틀랜드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앤디 로버트슨이 덴마크 대표팀 선수들이 한대 모여 있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쓴 말이다.

사실 덴마크 대표팀 선수들은 무언가를 가리려고 스크럼을 짰다.

이날 덴마크 선수단과 의료진은 쓰러진 동료와 굳게 연대하는 동시에 축구와 인긴이 지닌 존엄을 확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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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류청]

“오늘 공유돼야 할 사진은 이것 뿐이다.”

리버풀과 스코틀랜드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앤디 로버트슨이 덴마크 대표팀 선수들이 한대 모여 있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쓴 말이다.

사실 덴마크 대표팀 선수들은 무언가를 가리려고 스크럼을 짰다. 한국시각으로 13일 새벽 덴마크 코펜하겐 파르켄 경기장에서 한 ‘유로2020’ 덴마크와 핀란드 경기 도중 쓰러진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카메라로부터 보호한 것이다.

이날 경기 전반 42분, 에릭센은 공을 방출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덴마크 선수는 물론이고 핀란드 선수들도 에릭센이 쓰러진 걸 보고 재빨리 의료진을 불렀다. 선수들이 에릭센 상태를 확인하는 가운데 의료진이 달려와 응급처치를 했다.

덴마크 선수들은 에릭센 주위로 모여 들었다. 토마스 델라니가 다른 곳에 있던 동료들을 손짓으로 불러들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다. 거의 모든 덴마크 선수가 에릭센 주위에 섰고 몇몇은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쓰러진 에릭센에 연대를 포하는 동시에 에릭센이 쓰러져 응급처치 받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히지 않길 바랐다.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에릭센의 모습이 카메라에 노출돼 선정적으로 소비되길 원치 않았던 것이다.

주장 시몬 카예르와 골키퍼 카스페르 슈마이켈은 충격 받아 그라운드로 내려온 에릭센의 아내를 달래기도 했다.

의료진은 에릭센으로 병원으로 이송하면서 병상에 누운 모습이 보이지 않게 천으로 둘렀고, 덴마크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에릭센을 호위했다. 경기를 보던 팬들도 박수로 에릭센의 쾌유를 기원했다. 경기가 멈추자 덴마크와 핀란드 팬들은 에릭센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영국공영방송 ‘BBC’는 에릭센이 쓰러지고 에릭센 아내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까지 그대로 내보내 비판을 받았다. 독일 방송사 ‘ZDF’는 이와 반대로 에릭센이 중한 상태라는 걸 파악한 뒤 바로 현장 중계를 중단하고 화면을 스튜디오로 돌려 호평을 받았다.


물론 ‘ZDF’는 “UEFA 국제 신호를 보내는 이들을 비판할 수 없다. 그들은 부상 위협이 커지던 순간에 클로즈업을 하거나 부적절한 화면을 내보내지 않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축구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는 무대다. 팬들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한다. 방송사도 그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황에서 카메라가 너무 선정적인 앵글을 잡는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이날 덴마크 선수단과 의료진은 쓰러진 동료와 굳게 연대하는 동시에 축구와 인긴이 지닌 존엄을 확실히 보여줬다.

에릭센은 그라운드를 떠나며 의식을 되찾았다. 그는 이후 인테르밀란 선수와 관계자가 있는 단체 대화방에 메시지까지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코펜하겐에서 멀리 떨어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도 에릭센을 응원한 선수도 있었다. 인테르밀란에서 함께 뛰는 벨기에 대표팀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는 전반 10분 골을 넣은 뒤 카메라로 달려가 “크리스, 크리스, 사랑해”라고 외쳤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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