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보다 치안" 중도로 기우는 뉴욕

정유진 기자 2021. 6. 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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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폭력·강력범죄 급증에
시민들 "치안이 우선순위"
민주당 시장 좌파 후보 고전
'NYPD 출신' 애덤스가 선두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미국 ‘진보의 보루’ 역할을 했던 뉴욕의 표심에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증한 총기폭력과 강력범죄가 시장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민주당 시장 후보를 뽑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치안 강화’를 앞세운 중도 성향의 후보들이 좌파 후보들을 제치고 선두를 독식하고 있다.

뉴욕시장 프라이머리 사전투표가 시작된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1년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좌파 진영이 승승장구한 뉴욕의 정치적 에너지가 최근 들어 급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은 보수 성향인 루돌프 줄리아니나 마이클 블룸버그를 여러 차례 당선시킨 적도 있다. 하지만 최근 선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 더욱 왼쪽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8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사상 최연소 여성 초선 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를 선택한 것이 대표적이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민주당 내 대표적인 좌파 정치인이다.

뉴욕시에서 민주당 프라이머리 승자는 차기 시장을 거의 확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현재 뉴욕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민주당 후보는 오카시오코르테스가 지지를 선언한 인권 변호사 출신 마야 와일리가 아니라, 22년간 뉴욕경찰(NYPD)로 일했던 에릭 애덤스 브루클린 구청장이다. 그 뒤를 대만계 정치인 앤드루 양과 캐스린 가르시아 전 뉴욕시 위생국장이 추격하고 있다. 이들 3명은 모두 중도성향의 후보로 경찰 예산 삭감에 반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나빠진 치안 문제가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 기준 1순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올들어 뉴욕 시내에서 벌어진 총기 범죄는 지난해보다 77% 증가했다. 이 때문에 지역 케이블방송 NY1과 입소스가 지난 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유권자 46%가 ‘범죄와 치안이 차기 시장의 최고 우선순위’라고 답했다.

반면 와일리 후보는 뉴욕경찰 예산 중 10억달러를 떼서 총기폭력이 많이 발생하는 낙후한 지역에 재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또 다른 진보 성향 후보인다이앤 모랄레스 역시 경찰 인력과 예산을 늘린다고 범죄가 예방되는 것은 아니라며, 정신건강 지원 확대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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