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창업자 "韓, 기술이전 없이 mRNA백신 빠른 상용화는 힘들 것"

김명지 기자 입력 2021. 6. 13. 12:00 수정 2021. 6. 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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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랭거 MIT 석좌교수 이메일 인터뷰
삼성바이오 관련 질문에 즉답 피하면서도
mRNA 원료 위탁 생산 질문에 "품질 관리 신경 쓰는 사람"
"韓 대학 기초연구 지원 늘리고, 바이오 벤처 투자자 유인책 만들어야"
로버트 랭거 MIT석좌 교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작년 연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긴급 승인된 이후 백신 접종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 세계는 코로나19 감염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처럼 보였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백신 접종률은 집단 면역의 기준이 되는 70%를 웃돈다. 그런데 최근 영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전 세계엔 긴장감이 다시 감돌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국민에게 접종할 충분한 백신 수급에 나서는 동시에 변이 바이러스에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알려진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 기술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mRNA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추진하는 한편 국내 바이오 벤처에 대한 연구개발(R&D)비 투입에도 적극 나섰다.

mRNA백신을 개발한 모더나의 창업자 로버트 랭거(Robert Langer)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좌교수는 13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이 mRNA기술 이전을 받지 않고 관련 백신을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할 수 있을 지 묻는 질문에 “그렇게 보지 않는다(I don’t think so)”라고 했다.

1977년부터 MIT에서 교수로 재직한 랭거 교수는 한국에도 제자를 여럿 두고 있다. 이들 중에 바이오 벤처를 창업해 mRNA연구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그가 한국 바이오 벤처의 mRNA백신 기술 개발 상용화는 이른 시일 내 힘들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한국엔 훌륭한 바이오 벤처들이 많다”며 “대학의 기초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리고, 투자자들이 바이오 벤처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랭거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을 가능성 등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다만 모더나가 mRNA백신 원료 생산 경험이 없는 업체에 위탁 생산을 맡기는 문제에 대해 “나는 품질 관리에 매우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mRNA백신 원료 위탁 생산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원액을 생산한 경험은 없다.

랭거 교수는 지난 2010년 모더나를 창업했다. 그런 랭거 교수에게 ‘모더나가 뚜렷한 성공 없이 10년 동안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느냐'고 묻자 “나는 1974년부터 이 연구를 해 왔다”고 했다. ‘10년의 연구 개발 과정을 어떻게 버텼냐’는 기자의 우문(愚問)에 그는 생명 공학 연구에서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현답(賢答)을 내놨다.

그는 ‘바이오 창업의 신’이라고도 불린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창업하는 것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제자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라고 답했다. 랭거 교수는 코넬대 화공과를 졸업한 후 1974년 미국 메사추세츠 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까지 1250여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1050건의 특허를 보유했다. 랭거 교수의 연구는 모더나의 mRNA 백신 개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랭거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ーmRNA 백신의 가능성은 1990년대에 동물실험에서 확인됐지만, 실제 백신으로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낸 비결이 있나.

“의료 분야에서는 기초 연구에서 제품 개발까지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 기초 연구는 물론이고, (제품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대규모 임상 시험 등으로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든다. 모더나가 코로나 19 백신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창업 이후) 지난 10년 동안 연구 개발이 바탕이 됐다고 본다. 모더나가 신속하게 단백질(mRNA를 감싸는 기술을 뜻하는 듯)을 만들어낸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무엇보다 이번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규제 당국이 모더나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 결과를 신속 승인해 줬다”

ー10년 전부터 mRNA기술 연구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그 당시에 mRNA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잠재성을 봤다. 그 당시에도 mRNA기술은 혁명적인 기술이었다. (mRNA 기술은) 이전에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체내에서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방식의 의학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봤다”

ーmRNA 방식의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과 같은 전통적 방식의 백신보다 훨씬 빨리 백신을 개발해 냈다. 전통적 백신보다 mRNA방식의 백신이 갖는 장점은 무엇인가?

“DNA는 단백질을 만드는 RNA를 생성한다. DNA는 또한 세포의 핵으로 들어가야만 작동한다. 그러나 핵보다 훨씬 더 쉬운 RNA로 세포질에 이식하면 많은 양의 단백질을 바로 만들 수 있다”

ー 모더나가 뚜렷한 성공 없이, mRNA기술 개발을 10년 동안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나.

“내 연구는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30여년 전)부터 나는 핵산과 고분자 전달 방법을 연구했고, 고분자인 혈관 신생 억제제 기술을 연구했다”

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의 mRNA백신을 위탁 생산(CMO) 하기로 했다. 모더나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의 병입 포장 뿐만 아니라 원액까지 위탁 생산할 가능성이 있을까.

“그건 모더나 경영진에게 답변을 들어야 할 것 같다”

ー 그렇다면, mRNA 원료를 생산한 경험이 없는 위탁 생산 업체가 생산하는 백신 원료의 품질은 신뢰할 수 있다고 보나.

“나는 품질 관리에 매우 신경을 쓴다. mRNA생산은 단순히 mRNA를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지질 나노입자에 mRNA를 넣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복잡한 미세 유체 혼합이 필요하다”

ー한국이 mRNA백신 기술이전을 안받는다는 전제 하에 모더나처럼 빠른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가?

“어렵다고 본다(I don’t think so)”

ー 한국의 바이오 벤처가 모더나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시나.

“모더나의 성공 사례는 상당히 드물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훌륭한(great) 생명공학 스타트업이 많이 있고, 이들이 모더나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ー 한국 제약 바이오 산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개인적으로)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아주 훌륭하고 전도유망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훌륭한(great) 과학자들이 많이 있다”

ー 교수님 말씀대로 한국에 훌륭한 인재들이 많은데, 바이오 벤처 활동은 미약하다. 바이오 벤처 산업을 육성할 좋은 방법이 있을까.

“(바이오 벤처들이) 가장 최신의 연구를 하도록 해야 하고, (성공한 연구에는) 거기에 특허권을 줘야 한다. 그리고 열정적이고 뛰어난 인재를 찾아내서 고용해야 한다. 훌륭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는 것도 필요하다”

ー한국에서 모더나 같은 세계적인 제약 바이오 기업이 나오려면 어떤 노력이 좀 더 필요하다고 보나

“먼저 정부가 대학의 기초연구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바이오 벤처 산업의 경우 기관 투자자들이 바이오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의 경우, 이들 기업이 자체적으로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비를 늘려야 한다”

ー 대학에 교수로 있으면서 모더나를 창업했다. 창업을 고민하는 교수들이 유의할 점이 있을까.

“대학 교수로서 장점이라면, 창업을 하게 되면 자신의 연구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고, 가르치는 제자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 같다. 단점이라면,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게 있다”

ー향후 mRNA 기술이 의학과 제약산업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나.

“mRNA기술은 백신은 물론이고, 암 치료, 심장병 그리고 많은 다른 질병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ー 백신 제조사의 지적재산권 면제가 전세계 코로나19 백신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나.

“백신 제조사들의 지적재산권 특허 면제가 백신 부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향후 2년 간의 백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이다. 나는 전세계 mRNA 백신 생산 능력이 어떤지, 양질의 코로나19 mRNA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숙련된 인력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모더나는 지난 10월에 mRNA 특허를 집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ー 최근 관심을 갖고 집중하는 연구가 있나

“아주 많다. 우리 MIT 연구실에는 150명의 연구원들이 의학, 영양, 재료 분야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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