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도 찾는 한국장인..그래도 여전히 K타투는 불법
프리랜서 이모(29)씨의 취미는 서너 달에 한 번씩 몸에 타투(문신)를새기는 일이다. 처음엔 발등에 동전만 한 별 모양을 새긴 뒤 발목, 종아리로 하나씩 타투를 늘리고 있다. 한 번에 원하는 만큼 시술을 받을 수 없는 이유는 현금만 가능한 결제 방식 때문이다. 이씨는 “작은 레터링(문자모양)은 10만원, 손바닥 정도 크기는 50만원, 유명한 타투이스트의 디자인은 수백만 원에 달하기도 한다”며 “한 번에 현금으로 내긴 부담스러워 몇달마다 돈을 모아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타투 시술을 현금 결제해야 하는 이유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1992년 타투를 의사들만 할 수 있는 ‘의료 행위’로 판단했다. 이후 이 판례는 뒤집히지 않았다. 미국·유럽 등에서 타투는 지자체의 보건·위생 지침을 따르는 허가제 사업으로 분류된다. 보수적인 일본에서조차 지난해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가 타투는 ‘의료가 아닌 예술 행위’라고 판결하면서, 한국은 사실상 전 세계에서 유일한 ‘타투 불법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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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4명 중 1명 타투 경험
음지로 내몰린 상황에서도 타투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한때 조폭 등을 상징하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패션 또는 예술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인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도구로도 쓰이고 있다. 가수 이효리는 ‘어머니 지구는 임신 중이니 사뿐히 걸어라’라는 의미의 인디언 속담을 통해 자연 친화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줬다. 가수 지코의 세종대왕 타투와 송민호의 한글 레터링 타투는 한글에 대한 애정을 나타낸다.
실제로 한국인 4명 중 1명은 타투 경험이 있다. 문신염료 제조사 더스탠다드가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타투 시술을 받은 인구는 300만명, 눈썹·입술 등 반영구 화장 시술을 받은 인구는 1000만명이다. 한국타투협회는 매년 시술받는 사람이 100만명씩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눈썹 문신 시술을 받은 직장인 신모(38)씨는 “다니던 미용실에서 몇번이고 권하길래 얼떨결에 반영구 눈썹 시술을 받았는데, 이때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사실을 듣고 놀랐다”며 “결과에 매우 만족하기에 매년 다시 받을 생각이지만, 괜히 범법자가 된 것 같아 찝찝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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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도 찾는 한국 타투 장인
사회적 인식도 달라졌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18년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9%가 ‘타투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많이 관대해졌다’고 답했다. ‘타투는 자신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다’라는 응답도 52.9%에 달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타투는 취업과 함께 ‘위시리스트(소원 목록)’에 들 정도로 인기다. 인스타그램에서 타투 관련된 게시물은 1000만건이 넘는다.
특히 한국은 세계적인 타투이스트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한국 타투이스트들이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작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2010년대 후반부터 해외 고객 문의가 이어졌다. 타투 시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고객이 있을 정도다. 김도윤 타투이스트의 제안으로 한국식 타투 장르를 ‘파인 타투(fine tatto)’라고 부른다. 김씨는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 한국계 배우 스티브 연 등이 찾는 세계적인 타투이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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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제한 없는 타투이스트 양성해야"
정부도 합법화 추진에 나서고 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지난 10일 “BTS(방탄소년단) 몸에 반창고를 떼자”며 ‘타투업법’ 제정안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일정 타투이스트 교육과정을 수료한 사람에게 면허를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류 의원은 “예술이란게 대학을 나와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학력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합법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해 12월 성명에서 “문신은 피부의 표지와 진피에 색소를 넣는 침습적 의료행위”라며 “의료법상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의 문신 시술은 명백한 불법임에도 최근 더욱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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