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정의 장담] '인권 감수성' 어디 갔나..공영방송 KBS의 시대착오적 행보

장수정 2021. 6.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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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화 KBS 아나운서가 "원하지 않은 임신도 축복"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생방송 중 사과를 하며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공영방송 KBS의 부족한 인권감수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가 됐다.

김진희 아나운서가 "임신은 축하할 일이지만 부부가 딩크에 합의를 한 것 아니냐"며 "아내분은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해 당황하신 것 같다"고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음에도 "아이는 축복", "이왕 생긴 아이니 잘 키우는 게 현명한 방법 아니겠냐"는 발언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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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화 KBS 아나운서 부적절한 논란으로 사과
인권감수성 수준 높여야
ⓒKBS

강승화 KBS 아나운서가 "원하지 않은 임신도 축복"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생방송 중 사과를 하며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공영방송 KBS의 부족한 인권감수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가 됐다.


지난 8일 방송된 KBS2 교양프로그램에서 '굿모닝 대한민국 라이브'의 '이인철의 모의법정' 코너에서는'딩크족' 부부의 사연이 소개됐다. 아이 없는 딩크족으로 살기로 합의를 한 부부였으나 남편이 "정관수술을 했다"고 거짓말을 했고, 결국 아내가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사연이다.


이 과정에서 강 아나운서는 "저는 좀 그렇다"면서 "(임신은) 축하할 일이지, 이혼까지 할 일인가"라며 "요즘 아이를 가지지 못해 힘든 부부들이 많은데, 축복인 상황을 갖고 이혼을 하니 마니 하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김진희 아나운서가 "임신은 축하할 일이지만 부부가 딩크에 합의를 한 것 아니냐"며 "아내분은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해 당황하신 것 같다"고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음에도 "아이는 축복", "이왕 생긴 아이니 잘 키우는 게 현명한 방법 아니겠냐"는 발언을 이어갔다.


딩크족이라는 새로운 가족형태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던 이 발언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더욱이 사연 속 아내는 이 변호사가 방송 중 언급을 한 것처럼 '남편은 정관수술을 했다고 거짓말하고, 주의의무를 위반한' 가해자이기도 했다. 피해자를 향한 배려심이 없는 발언이었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강 아나운서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사연을 '토론'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마치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는 듯 다룬 제작진 역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더욱 문제는 유사한 논란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장년층이 타깃인 교양프로그램 '아침마당'에서는 "이혼은 하나의 부끄러움이다"라는 한 원로 배우의 발언이 고스란히 방송됐다. 조영남에게 윤여정에 대한 발언권을 줘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은 그에게 찬물을 뿌리기도 했다.


수십 년 전 자신의 불륜과 이혼 이야기를 꺼낸 조영남도 문제지만, 그에게 발언권을 준 것은 '아침마당' 제작진이다. 나아가 "결혼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고 유도성 질문을 하는가 하면, "윤여정 님이 나오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챙겨보냐"는 질문을 하며 분위기를 조장했다.


올해 초에는 일부 프로그램들에 일본풍 건축물을 반복적으로 등장시켜 왜색 논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특집 프로그램 '호모 미디어쿠스' 포스터로 인종 차별적 시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디어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인류의 모습을 표현하는 가운데, 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진화할수록 피부색도 유색인에서 백인으로 변하는 모습을 담은 것이다.


승인 과정에서 그 누구도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KBS의 인권감수성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KBS는 '아침마당' 30주년을 맞아 우리 이웃을 담는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국내 최장수 토크 프로그램으로서 공영방송의 가치를 돌려주는 시간을 마련한다"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부족한 인권감수성으로 시청자들에게 그들이 말하는 '공영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차별과 혐오 문제에 그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공영방송이기에, 그들의 후퇴한 행보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데일리안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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