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도 과감하게..화장품업계, 결점까지 '쿨하게' 보여드려요

이비슬 기자 2021. 6. 1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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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출연 유튜브·예능 콘텐츠 늘어..장단점 가리지 않는 공개에 MZ세대 호응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저희 브랜드가 좀 주춤해서…"

유튜브 채널 '네고왕'에 출연한 한 화장품 브랜드 직원의 말이다. 과거엔 금기시됐던 이런 솔직함은 요즘 오히려 매력으로 통한다. '요즘 소비자'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겐 기업들의 유쾌한 모습이 오히려 더 호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최근 뷰티업계가 제품 단점부터 사내 문화까지 '민낯' 공개에 스스럼이 없어졌다. 솔직함으로 기업 이미지를 무장해 주 소비층인 MZ세대와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케팅부터 사내문화에 이르기까지 맨얼굴을 영상 콘텐츠에 담는 뷰티기업들이 늘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은 지난달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캐치TV'를 통해 로레알코리아 본사 내부를 공개했다. 약 13분 길이 영상은 진행자가 회사에 하루 동안 출근해 마케팅 회의에 참석하고 직원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영상에선 500~800원이면 음료를 구매할 수 있는 사내카페부터 해외지사 파견과 같은 내부 복지 시스템까지 속속들이 보여준다. 화장품 신제품 홍보물 구성을 발표하는 담당자에게는 "MZ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구까지 수정해주기도 한다.

시청자는 영상을 통해 사내 분위기와 미래 상사들의 면면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인사 담당자가 출연해 미래 지원자에게 "욕심이 있는 친구들을 좋아한다"며 "글로벌 비즈니스로 뻗어가고 싶은 분들의 지원을 바란다"는 인재상까지도 소개한다.

아무튼출근 아모레퍼시픽편(MBC예능 유튜브 채널)© 뉴스1

앞서 아모레퍼시픽도 MBC 예능 프로그램 '아무튼 출근'을 통해 글로벌마케팅팀 이민수씨의 일상을 공개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사옥 내부를 공식적으로 외부에 노출한 사례는 당시 매우 이례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는 주 40시간 안에서 원하는 대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탄력근무제'를 통해 오후 3시에 퇴근하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점심시간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구내식당부터 수면실·피트니스실·마사지 시설에 병원까지 갖춘 복지 시설도 많은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샀다. 팀에서 막내지만 상사와 거리낌 없이 장난을 주고받거나 화기애애한 모습도 공개됐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직원이 일하는 모습을 통해 사옥의 내·외부나 복지 제도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다 보니 긍정적인 인식이 형성됐다"며 "젊은 층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은 영상 콘텐츠가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네고왕 스킨푸드편에서 출연자 황광희가 유근직 스킨푸드 대표를 만났다.(달라스튜디오 유튜브 채널)© 뉴스1

화장품 기업들이 이처럼 변신한데는 주요 화장품 소비층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자연스럽게 소통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특히 과거보다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개성·흥미를 추구하는 요즘 2030세대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화장품뿐만 아니라 기업이 출연하는 예능이나 영상 콘텐츠가 많아진 이유는 그만큼 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뜻"이라며 "연예인을 통한 홍보가 아니라 브랜드를 만드는 실제 직원들이 등장해 더 친숙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브랜드의 결점을 숨기지 않고 솔직히 드러내는 것도 오히려 미덕으로 작용한다. 소비자 피드백을 더 빠르게 받아들이고 조직 문화가 유연하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네고왕'에 출연해 대박을 터트렸던 스킨푸드는 직원 인터뷰를 통해 "어렸을 때 좋아했던 브랜드인데 (회사가) 주춤한다"라는 말도 스스럼없이 쏟아냈다. 직원의 솔직한 자평에 시청자들은 오히려 더욱 호감이라는 반응이다. 유근직 대표가 직접 출연해 권위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것도 화장품 회사에 대한 편견을 깨트리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한 달 사이에도 수시로 바뀌는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나 코드를 따라가느라 바쁘다"며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비대면 방식으로 (소비자와)친밀도를 쌓는 방법을 여러 방면으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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