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했다. 내차 헐값에 사갔다..중고차 '폭리' 속사정 파악해보니

최기성 입력 2021. 6. 13. 06:03 수정 2021. 6. 1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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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가격 산정의 비밀 <1>
하늘아래 같은 중고차는 없다
업계 "딜러 마진은 평균 5%"
중고차 매각 과정[출처=카옥션, 게티이미지뱅크]
[세상만車] "애지중지 타던 쏘나타를 팔기 위해 중고차 시세를 알아보니 1150만~1200만원 정도 나오네요. 범퍼 교체하고 차체 하체에 찌그러진 곳이 있고 생활흠집도 곳곳에 있긴 하지만 적어도 1100만원은 받을 수 있다고 여겼죠.

제 착각이었죠. '고가 매입 저가 판매'를 내세운 딜러들이 제시한 가격은 900만~1000만원 수준이더군요. 1000만원 준다는 딜러를 만났는데 사진으로 볼 때보다 흠집이 심각하다, 교체할 소모품이 많다, 쏘나타는 요즘 인기 없다면서 트집 잡고 900만원을 제시했어요. 다른 딜러를 만났는데 자신은 20만원 정도밖에 못 남긴다면서 910만원을 준다기에 팔았어요.

그런데 한 달 뒤 제 차가 1200만원에 중고차 쇼핑몰에 올라온 거예요. 수리를 했겠지만 적어도 200만원은 남겨먹었겠죠. 딜러는 사기꾼이라더니 제가 당했네요.

가격 불신은 중고차 '원죄' 때문
고가매입 저가판매를 내세운 중고차 업체[사진 캡처=다음]

중고차를 구입할 때만 아니라 팔 때도 딜러에게 속았다고 여기는 소비자들이 많다. 중고차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중고차 쇼핑몰에 차종과 연식이 같고 상태도 엇비슷한 차가 딜러가 제시한 가격보다 비싸게 나온 것을 보면 의심은 확신이 된다.

쇼핑몰에 자신이 판 차가 100만~300만원 비싼 가격에 올라온 것을 보는 순간 분통이 터진다. 사기를 당했다고 판단해서다.

반면 딜러는 중고차 소비자들이 판매가 기준인 시세 기준을 몰라서 오해한다고 해명한다. 매입·관리에 들어가는 비용, 판금이나 도색 등 중고차 가치를 높이는 상품화 비용은 생각지 않고 사기꾼으로 몬다고 항변한다.

차주와 딜러 사이에 가격을 놓고 발생하는 갈등은 중고차 거래 불투명성 때문에 더 확산됐다. 소비자에게 강매하고 헐값에 구매하는 일부 악덕 딜러의 사기 행각도 불신에 한몫했다.

사실 가격 불신은 '하늘 아래 같은 차는 없는' 중고차 '원죄' 때문에 발생한다. 중고차는 신차와 달리 소유자, 운전 습관, 정비 상태, 운행 지역, 사양(옵션), 색상에 따라 차 상태가 제각각이다.

설상가상 '사고'는 중고차 품질을 크게 바꿔놓는다. 사고 종류는 물론 사고 부위와 수리 상태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신차 출시, 신차 프로모션, 신차 결함, 수요와 공급, 인기도, 계절, 중고차 시장, 계절 등 수많은 변수가 작용해 정확한 가격을 매기기 어렵다. '폭리'를 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다만 매입가와 판매가 책정 기준을 알고 마진율을 안다면 헐값에 속아 넘겨 분통이 터지는 일은 줄일 수 있다. '양심' 딜러에 대한 오해도 풀 수 있다.

오해의 출발-매입가와 판매가
중고차 매각 과정 [자료 출처=카옥션]

매입가는 딜러가 차를 사들이는 가격이고 판매가는 딜러가 차를 소비자에게 파는 가격이다. '중고차 시세'는 판매가 기준이다. 국내에서 중고차 시세는 주로 공급과 수요에 따라 바뀐다.

판매가와 매입가에 대한 정확한 규칙을 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시세표를 기준으로 차를 얼마에 팔 수 있다는 평균적인 가격을 산정해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수리할 필요가 없는 무사고차를 기준으로 판매가와 매입가의 적정 차액을 살펴보면 판매가가 200만원일 경우 매입가는 140만~160만원으로 차액 비율은 20~30%다. 판매가가 400만원이라면 매입가는 320만~340만원, 차액 비율은 20~30%다.

판매가가 800만원을 넘어서면 차액 비율은 10%대로 내려간다. 판매가가 800만원일 때 매입가는 680만~700만원, 차액 비율은 13~15%다.

판매가가 1500만원이라면 매입가는 1320만~1350만원, 차액 비율은 10~12%다. 판매가가 2500만원일 경우 매입가는 2250만~2350만원이고 차액 비율은 8~10%다.

차 가격이 비쌀수록 판매가와 매입가 간 차이는 커지지만 차액 비율은 줄어든다. 또 중고차가 잘 팔리지 않으면 매입가가 기준보다 낮아지는 추세다. 시장에서 잘 판매되지 않는 차종은 매입가가 기준보다 더욱 낮아진다.

딜러 원가=매입가+부대비용
내차 가격(시세) 산정 서비스 [사진 출처=네이버, 카카오내비]

판매가와 매입가의 차액만 놓고 판단한다면 딜러가 폭리를 취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차액 전부가 딜러 이익은 아니다.

부대비용 때문이다. 딜러나 딜러가 속한 매매 업체는 구입한 중고차가 잘 팔리도록 수리·도색·광택 작업을 실시한다. 비용은 생활흠집이 있는 무사고차 기준으로 평균 20만원 수준이다.

차를 직접 매입할 때 이전등록 비용도 써야 한다. 전시장 사용료, 매입자금 이자, 계약서 대금, 성능·상태 점검기록부 발급 비용, 광고비, 세차비 등도 발생한다. 도매가에서 이 부대비용들을 뺀 나머지 금액이 이윤이다.

매입가가 900만원인 '무사고 중형세단'이라면 부대비용은 90만원 정도 발생한다. 딜러 원가는 990만원이 되는 셈이다.

딜러는 이 차를 1100만원 안팎에 판다고 차에 적어놓는다. 수요가 많거나 공급이 적어 잘 팔리는 매물이라면 50만~100만원 가격을 올려 내놓기도 한다. 차에 적어둔 가격 그대로 파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와 가격 흥정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차가 잘 팔리지 않으면 딜러는 1050만원 정도에 내놓은 뒤 알선 딜러들을 통해 차를 판매한다. 알선 딜러들은 20만~30만원 정도 가져간다. 차를 매입한 딜러 마진은 60만~90만원 수준이다.

중고차 상태별 구분 과정 [사진 출처=현대캐피탈]
판매 기간이 길어지면 딜러 이익은 더 감소한다. 이자, 주차비 등 유지 관리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차가 팔리지 않으면 자금력이 부족한 딜러가 손절매하는 경우도 많다.

딜러와 딜러 간 거래 등으로 차를 사고팔 때 거치는 유통 단계가 복잡해지면 딜러 이윤이 더 줄어들거나 최종 판매가가 더 올라가기도 한다.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호객꾼이 개입하기도 한다.

업계에 따르면 부대비용을 제외한 딜러 마진은 대당 5% 수준이다. 딜러 10명 중 7명 정도는 한 달 평균 3~4대를 판매해 150만~200만원 정도 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고차 시장이 투명하다고 알려진 일본의 경우 차 한 대당 매매 업체가 갖는 이윤은 소매가의 20~30% 정도다. <다음호에 계속>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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