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대주교 "교황 북한 가고 싶어해 방북 주선 노력할 것"

장재선 기자 2021. 6. 1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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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회 첫 교황청장관 서임 관련 회견

“아시아 출신 장관 2명…한국 교회 위상 인정”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서임된 유흥식(70·사진) 라자로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12일 밝혔다. 한국 천주교회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에 서임된 유 대주교는 이날 세종시에 있는 대전교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황님께서도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북한이 교황님을 초청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유 대주교는 “바티칸 현지에서도 저의 임명이 북한이나 중국 문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성직자성 장관의 역할과 관련, “교황님을 보좌하면서 전 세계 사제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미래의 사제인 신학생들이 잘 준비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돕는 일”이라고 했다. 유 대주교는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받아들일 줄 알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나설 줄도 알고, 민족·종교 구분 없이 사람을 대하는 형제애를 가진 사제를 양성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 대주교는 “교황님께서 아프리카 출신 장관은 두 분이 있는데 아시아 출신은 한 분뿐이라고 하시며, 장관직을 제안하셨다”며 “우리나라와 아시아의 높아진 위상을 교황청도 인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교황님께서 발표하실 때까지 장관직 제안 사실을 비밀에 부치라고 하셔서 공식 발표 때까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주변 누구도 몰랐다”며 “(장관 임기가 시작하는) 8월 이후 행사 일정도 잡지 못하며 50일 동안 보안을 유지하느라 매우 힘들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대전교구에 따르면, 유 대주교는 지난 4월 주교회의 시복시성특별위원회 위원장의 자격으로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과의 개인 알현을 갖게 되었을 때 성직자성 장관 임명을 제안 받았다. 유 대주교는 그 직무가 가진 무거움이 커서 즉시 답할 수 없었으나, 이후 로마 방문 기간 동안 홀로 숙고의 시간을 가진 후 교황과 다시 만난 자리에서 수락했다.

그는 “어제는 모든 사제가 예수님의 넓고 깊고 뜨거운 마음을 본받으라는 사제 성화의 날”이라며 “교황님께서 직접 그날에 맞춰 발표하시겠다고 직접 결정하셨다”고 전했다. 직무의 특수성, 곧 전 세계의 재속 성직자인 사제들과 부제들을 담당하는 성직자성 장관을 맡게 된다는 것을 감안하여 교황이 직접 날짜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유 대주교는 다음 달 말 교황청이 있는 로마로 출국하며, 8월 초부터 성직자성 장관직을 수행한다. 교황청 장관 임기는 통상 5년이다.

한편, 6·25 전쟁 중이던 1951년에 태어난 유 대주교는 1979년 12월 8일 로마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논산 대건고를 거쳐 가톨릭대에서 2년 수료 뒤 군복무를 거쳐 로마로 유학을 떠났다. 라테란대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사제품을 받은 후 1983년 라테란대에서 교의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뒤 주교좌 대흥동본당 수석 보좌를 시작으로 솔뫼 피정의 집 관장, 대전가톨릭교육회관장, 교구 사목국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대전가톨릭대 총장을 지냈다, 2003년 6월 교구의 승계권 있는 부교구장 주교에 임명돼 그해 8월 주교품을 받았다. 대전교구 유지재단 이사장,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쳐 2005년 4월 대전교구장직을 승계했다.

2005년 9월에는 북한을 방문, 씨감자 무균 배양 시설 축복식을 주례했고 이후 3차례 더 방북 했다. 이어 교황청 사회복지평의회 위원,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과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 사회주교위원회 위원장,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2018년 10월에 제15차 세계 주교 시노드 정기총회에 교황초청 대의원으로 참석한 바 있다. 현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울러, 주교회의 서기 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상임이사, 주교회의 엠마오연수원 담당 주교와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담당 주교를 담당하고 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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