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교황청 장관' 유흥식 대주교 "교황님 방북 적극 주선할 것"
문 대통령, 영국서 직접 고친 축전 보내
G7 정상회의 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한국 천주교회의 경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인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민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는 축전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축전에서 "'나는 세상의 빛이다'(Lux Mundi)라는 대주교님의 사목 표어처럼 차별 없는 세상, 가난한 이들이 위로받는 세상을 위한 빛이 되어 주실 것을 믿는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오신 분이어서 더욱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영국 현지에서 축전의 내용을 직접 수정했고,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을 세종시 교구청으로 보내 축전을 직접 전달하도록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일(현지시간) 유 주교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하고, 대주교 칭호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00년 역사를 가진 성직자성은 전 세계 사제와 부제들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부서다. 사제·부제의 사목 활동을 감독·심의하는 것은 물론 신학교 관할권도 갖고 있다.
유 대주교는 다음 달 말 교황청이 있는 로마로 출국하며, 8월 초부터 성직자성 장관직을 수행한다. 장관 임기는 통상 5년이다. 유 대주교는 이번 임명과 관련해 "교황님께서 아프리카 출신 장관은 두 분이 계신데 아시아 출신은 한 분뿐이라고 하시며, 장관직을 제안하셨다"며 "우리나라와 아시아의 높아진 위상을 교황청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교황님께서 발표하실 때까지 장관직 제안 사실을 비밀에 부치라고 하셔서 11일 저녁 7시까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주변 누구도 몰랐다. 8월 이후 행사 일정도 잡지 못하며 50일 동안 보안을 유지하느라 매우 힘들었다"며 웃었다.
장관 임명 발표일을 11일로 정한 것에 대해서는 "어제는 모든 사제가 예수님의 넓고 깊고 뜨거운 마음을 본받으라는 사제 성화의 날"이라며 "교황님께서 직접 그날에 맞춰 발표하시겠다고 직접 결정하셨다"고 설명했다. 유 대주교는 "성직자성 장관의 역할을 교황님을 보좌하면서 전 세계 사제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미래의 사제인 신학생들이 잘 준비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돕는 일"이라며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받아들일 줄 알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나설 줄도 알고, 민족·종교 구분 없이 사람을 대하는 형제애를 가진 사제를 양성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천주교계는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에 경사가 생겼다며 기뻐하고 있따.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축하 메시지를 내고 "이번 임명을 모든 사제, 수도자, 신자들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한국 교회에 교황청 부서 장관 임명을 해주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도 "한국 주교님이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발탁된 것은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고 세계교회 안에서 우리 교회의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이번 의미를 설명했다. 한국교회는 도움을 받던 교회에서 성장해 다른 교회를 도와주는 교회가 됐고, 세계교회와 소통하며 봉사와 나눔의 정신을 지속적으로 잘 실천하면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허 신부는 평가했다.
1972년 카톨릭대 신학과를 수료한 유 대주교는 1979년 이탈리아 라테라노대 교의신학과에서 사재 서품을 받았다. 1983년 같은 대학에서 교의신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솔뫼 피정의 집 관장, 대전교수 사목국장, 대전가톨릭대 총장 등을 역임했다. 2003년 주교 서품을 받았고 2005년부터 천주고 대전교구장을 맡아왔다. 2007~2011년에는 교황청 사회복지평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한 교황청 인사들과 긴밀히 소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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