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장관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 "교황 방북을 위해 적극 나설 것"

교황청 내 아시아 출신 장관 1명에 불과해
가톨릭 내에서 한국과 아시아 위상 높아져
민족·종교 구분 없이 사제 양성에 노력할 것

천주교 대전교구장인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가 12일 오후 세종시 천주교 대전교구청에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임명과 관련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경제]

한국인 성직자 중 최초로 교황청 장관으로 임명된 유흥식(70) 라자로 대주교가 12일 "교황님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 대주교는 이날 오후 세종시 대전교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딪힌 북한이 교황님을 초청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대주교는 "바티칸에서도 저의 임명이 북한이나 중국 문제를 염두해 결정된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왔다"며 "교황께서도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유 대주교는 한국에서 교황청 장관이 배출된 것과 관련해 "교황께서 ‘아프리카 출신 장관은 두 분이 계신데 아시아 출신은 한 분 밖에 안 계시다’라며, 장관직을 제안하셨다"며 "가톨릭 내에서 한국과 아시아의 높아진 위상을 교황청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교황께서 장관직 제안 사실을 비밀에 부치라고 하셔서 발표 직전까지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유 대주교는 성직자성 장관의 역할에 대해 "성직자성 장관은 교황을 보좌하면서 전 세계 사제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미래의 사제인 신학생들이 잘 준비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돕는 일"이라며 "민족·종교 구분 없이 사람을 대하는 형제애를 가진 사제를 양성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1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한국 천주교 대전교구장인 유 주교를 임명했다. 유 주교는 장관 임명과 동시에 대주교로 승품됐다. 성직자성은 전 세계 사제와 부제들의 모든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교황청 내 주요 부처 가운데 하나다. 사제·부제의 사목 활동을 감독·심의하는 것은 물론 신학교 관할권도 갖고 있다.

유 대주교는 8월 초부터 성직자성 장관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