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중국 '죽음의 마라톤' 책임자도 숨져.."총체적 부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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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중국 북서부 간쑤성의 한 고위 간부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조사팀 발표에 따르면, 100km 산악 마라톤 크로스컨트리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은 강도와 난이도가 가장 높은 구간에서 폭우와 강풍을 만나는 바람에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습니다.
중국, 마라톤 줄줄이 취소의류업체, 광고에 이용했다가 역풍 대형 사건사고가 비교적 잦은 중국에서도 이번 참사에 대한 후폭풍이 거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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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중국 북서부 간쑤성의 한 고위 간부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바이인시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이자 징타이현 당위원회 서기인 리 모 씨입니다. 중국 공안은 타살 흔적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리 씨는 지난달 22일 21명이 목숨을 잃은 산악 마라톤의 개막식을 주재했던 인물로, 당국의 조사를 받아 왔습니다.
산악 마라톤 주요 책임자 숨져…조사팀, 27명 무더기 징계
조사팀 발표에 따르면, 100km 산악 마라톤 크로스컨트리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은 강도와 난이도가 가장 높은 구간에서 폭우와 강풍을 만나는 바람에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습니다. 참가자 172명 중 21명이 숨졌고 8명이 부상했습니다. 중국 크로스컨트리 정상급 선수와 장애인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선수도 참변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조사팀은 주최 측의 과실이 크다고 봤습니다. 경기 시작 전에 강풍 경보가 발령됐는데도 대응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고지대 경기에서 요구되는 바람막이나 보온 장비도 선수들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가장 위험한 코스인 해발 2,230m 고지대 지점에 의료 구조 장비와 보급소를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통신 설비도 완비하지 않아 위험에 처한 선수들과 통신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으며, 응급 구조 역량도 심각하게 부족했습니다.
이번 경기가 급조된 것이란 조사 결과도 내놓았습니다. 경기 개최를 급히 발표한 탓에 관련 부서의 준비가 부족했고, 효과적인 안전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조사팀은 밝혔습니다. 경기 운영을 맡은 업체의 전문 인력 역시 부족했다고 조사팀은 설명했습니다. 조사팀은 경기 운영 업체 책임자 등 5명을 체포했고, 징타이현 간부를 해임하는 등 간쑤성과 바이인시 관계자 27명을 무더기 징계했습니다. 9일 자택에서 숨진 리 씨에게도 주요 지도 책임이 있었다고 봤습니다.
중국, 마라톤 줄줄이 취소…의류업체, 광고에 이용했다가 역풍
사고 직후 중국 국가체육총국은 긴급 회의를 소집해 각종 스포츠 경기에 대한 안전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10여 개의 크로스컨트리 대회가 전격 취소되거나 연기됐으며, 산악 마라톤뿐만 아니라 정기 마라톤도 줄줄이 연기됐습니다.
중국에서는 소득 수준 증가 등과 맞물려 해마다 마라톤 인구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중국육상협회에 따르면, 매년 열리는 마라톤 관련 대회만 2천 개에 달하고, 지난해 마라톤 대회 참가자는 500만여 명에 이릅니다. 중국 매체 신경보는 이번 산악 마라톤 참사에 대해 "중국에서 급속히 발전하는 마라톤 산업에 경종을 울렸다"고 전했습니다.
한 의류업체의 광고도 중국 내 거센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이 업체는 어린이용 잠옷 광고를 하면서 "면직물은 땀 배출이 쉽지 않아 체온 저하의 위험이 높아진다"며 "건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광고했습니다. 문제는 이 광고에 산악 마라톤 참사 사진을 썼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비극을 마케팅 도구로 삼을 수 있느냐"는 비난이 거셌고, 이 업체는 즉각 광고판을 철거하고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깊이 사과하며 유사한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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