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농성했던 미 고교생들, 52년 만에 졸업장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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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 고등학교에서 응원단 선발 과정에 인종차별이 있었다며 농성했던 학생들의 졸업장이 52년 만에야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다.
1969년 졸업반이었던 일부 학생은 당시 학교가 선발한 응원단 20명 중 흑인이 아무도 뽑히지 않았다면서 교내 식당을 점거해 농성하고 바깥에서도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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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미국 한 고등학교에서 응원단 선발 과정에 인종차별이 있었다며 농성했던 학생들의 졸업장이 52년 만에야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다.
11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메릴랜드주 찰스 카운티의 라 플라타 고등학교에서는 머리가 하얗게 센 남녀 7명이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고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는 광경이 펼쳐졌다.
라티나 윌슨 카운티 교육위원회장은 이 자리에서 "1969년 졸업반 학생들, 당신들은 시민 인권의 챔피언"이라며 "이번 졸업식은 선발된 응원단에 유색인종이 제외되자 흑인 학생들이 벌인 농성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1969년 졸업반이었던 일부 학생은 당시 학교가 선발한 응원단 20명 중 흑인이 아무도 뽑히지 않았다면서 교내 식당을 점거해 농성하고 바깥에서도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에는 재학생이 아닌 주민들도 참여했으며, 결국 학교 위원회는 응원단 선발이 민주적이지 않았다고 인정한 뒤 흑인도 참여한 심사위원단을 출범시켰다. 이후 응원단은 다양한 구성원들로 꾸려졌다.
그러나 정작 시위를 벌였던 학생들은 불이익을 받아야 했다. 위원회가 같은 해 6월 열린 졸업식에서 이들의 졸업장은 내어주지 않았던 것.
결국 이들 졸업장은 이후 우편으로 전송됐는데, 이 중 반송된 7명의 졸업장은 50여 년간 학교 서랍에 그대로 보관돼 있다가 최근 교직원이 이를 발견한 뒤에야 주인을 찾아가게 됐다.
윌슨 위원회장은 "당신들의 행동은 라 플라타 학교의 문화를 개선하고 후배들에게도 모범이 됐다"면서 "양심을 따랐고 그에 따른 위험도 감수했다. 이런 입장을 지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졸업장을 받은 데일 콘티는 "옛 상처를 다시 꺼내고 싶지는 않다"면서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졸업장을 받지 못해 상처받고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평화로운 길을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도 지금의 위원회에 원한을 품고 있지 않다면서 "과거 겪었던 일들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들기보다는 더 나아지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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