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ENM, 사용료 갈등 강경 행보 왜?..격변 앞둔 OTT 주도권 경쟁

김보영 입력 2021. 6. 1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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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ENM "인색해" vs IPTV "현실왜곡" 갈등 격화
넷플릭스 주춤, 디즈니 상륙에 OTT 춘추전국 예고
"공룡 침공 대비해 티빙 정착, 사용료 기준 확립 목표"
글로벌 OTT와 수익 배분 구조 차이도 한 몫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프로그램(콘텐츠) 사용료를 둘러싼 콘텐츠사업자와 플랫폼사의 수익 배분 마찰이 대형 PP(채널사용업자)인 CJENM과 IPTV 3사(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의 갈등을 중심으로 더욱 격화하고 있다.

LG유플러스와 CJ ENM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12일 자정부터 LG유플러스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LGU+모바일tv’에서 tvN, O tvN, 올리브, 엠넷, 투니버스 등 CJ ENM 채널 10개의 실시간 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콘텐츠 수급을 둘러싼 업계 간 대립이 다시 불거진 것은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환경이 최근 들어 급변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독주 체제를 갖췄던 넷플릭스가 성장세 둔화로 주춤한 사이, 그 틈새를 공략하기 위한 토종 OTT들의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OTT의 또 다른 공룡인 디즈니플러스가 올 하반기 한국 상륙을 예고하고 있는 데다 유통업계인 쿠팡 및 중국 OTT들까지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한 경쟁에 가세하면서 수요가 늘어났다.

CJENM이 비난을 감수해서라도 총대를 메고 사용료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도 디즈니플러스 상륙과 함께 격변할 OTT 시장 환경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인색하다” vs “현실왜곡” 입장 팽팽

IPTV 3사로 구성된 한국IPTV방송협회는 지난 2일 입장문을 통해 “CJENM이 자사 비전을 선포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근거 없는 예시와 수치로 언론과 국민을 현혹한 점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CJENM 측은)비상식적인 수준의 공급(사용료) 인상 대가를 요구하면서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콘텐츠의 가치에 “인색한 것 같다”는 CJENM의 주장에는 “현실을 왜곡한 주장이며 우린 콘텐츠 사용료를 충분히 지불하고 있다”고도 반박했다.

앞서 CJENM과 IPTV 3사는 프로그램 사용료 25% 인상안을 둘러싼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CJENM은 자사 콘텐츠가 IPTV 유통 과정에서 제대로 가치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25% 인상을 주장하는 반면, IPTV 측은 지나치게 과하다며 맞서고 있다.

CJENM은 지난달 31일 향후 사업 비전과 계획을 발표하는 ‘비전 스트림’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사용료 인상을 강하게 촉구했다. 강호성 CJENM 대표는 “K콘텐츠의 우수성 증가만큼이나 유통, 분배구조에 대한 시장구조도 선진화돼야 한다”며 “콘텐츠에만 관심이 있고 분배에는 관심이 없다면 글로벌 OTT들에 우리 콘텐츠가 예속될 수 있다. 시간이 없다”고 인상 요구의 취지를 밝혔다. 또 “영세한 SO(유료방송사업자)들도 수입의 절반 이상 혹은 상당 부분을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내놓는 등 전향적 태도를 보이는데 IPTV는 좀 인색한 것 같다”며 “이는 함께 성장하기 위해 어떻게 나아갈지에 관한 컨센선스(합의)의 문제다.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이니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급기야 CJENM이 유료 콘텐츠를 추가 과금 없이 복수의 셋톱박스에 무료로 연동해 제공해줬다는 이유로 LG유플러스 측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예고하면서 갈등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넷플릭스도 안심 못 해…OTT 격변 대비 의도

CJENM이 이처럼 강경한 행보를 보여주는 것은 넷플릭스 상륙 및 코로나19로 급성장을 이뤘던 OTT 시장 환경이 최근 또 격변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2016년 처음 한국에 진출해 일찍 국내 시장을 장악한 넷플릭스가 올 상반기 그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올해 1분기 넷플릭스의 전 세계 신규 가입자 수는 398만명으로, 금융정보업체 팩트세트가 전망했던 620만명의 절반 수준이었다. 지난해 1분기 가입자 수인 1580만명과 비교하면 4분의 1에 그친다. 국내에서의 독주 체제도 위태로운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넷플릭스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08만 3501명으로, 지난 1월 899만 3785명으로 최다 수준을 기록한 뒤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약 90만명이 이탈한 것이다.

반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올해 국내 온라인 동영상 시장 규모가 29억 5770만 달러(한화 3조 2800억 원) 정도로 전년보다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업체 간 콘텐츠 경쟁은 넷플릭스가 주춤한 틈을 파고들며 과열되는 모양새다. 티빙, 웨이브 등 토종 OTT들은 가입자 뺏기를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잇달아 제작하며 승부수를 띄우고 있고, 씨즌(KT), U+모바일(LGU+)에 왓챠, 쿠팡플레이까지 나서 가입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울러 거대 자본을 들여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중국 OTT들의 행보, 또다른 업계 공룡인 디즈니플러스까지 국내 상륙을 앞둔 만큼 콘텐츠 경쟁력 확보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넷플릭스도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에만 한국 콘텐츠에 5억 달러(약 5553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CJENM도 이에 맞서듯 올해 8000억원, 5년에 걸쳐 총 5조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것을 예고했다.

정부가 양측의 갈등 해결을 위해 마련한 ‘콘텐츠 대가 산정’ 협의체에 참여 중인 한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아마존프라임비디오나 HBO맥스 등 다른 글로벌 공룡들의 국내 진출까지 가속화되기 전에 CJENM에서 자사 OTT인 티빙을 안착시키고 프로그램 사용료 기준을 정립해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CJENM 측은 현 IPTV와 넷플릭스의 수익 배분 비중이 1대 9인 점을 문제삼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등 다른 글로벌 OTT들도 잇달아 국내에 상륙하게 되면 넷플릭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용료 수준을 이들에 맞춰 어느 정도 현실화해놔야 경쟁이 가능하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CJENM은 앞서 25% 인상안을 요구하는 이유로 자사가 콘텐츠 대가로 IPTV에 제작비의 3분의 1 정도밖에 받고 있지 못하는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IPTV 측은 이에 “넷플릭스는 ‘플랫폼 내 플랫폼(PIP)’ 형태인 판매 대행 업체로, 채널 콘텐츠를 받아 송출하는 CJ ENM과 다른 서비스이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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