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 더 젊어지고 발랄해진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현화영 2021. 6. 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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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발랄하다. 옥탑방이란 단어가 원래 부정적인 건 아니지만, 루프탑이라고 하니 왠지 더 낭만적인 느낌이다. 

6월 23일 개봉 예정인 김조광수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이 딱 그렇다. 90년대생 20대 주인공들은 알고 보면 비밀도, 슬픔도, 아픔도 있지만, 영화 내내 솔직하고, 씩씩하고, 귀엽다. 그리고 그들을 담고 있는 영화도 아기자기하고, 밝고, 유쾌하다. 

오늘은 ‘메이드 인 루프탑’의 발랄함에 대해 얘기할까 한다. 사실 김조광수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2012)도 발랄했는데, 이번 영화는 더 발랄해지고, 더 젊어졌다.  

하늘(이홍내)이는 3년 된 연인 정민(강정우)과 또 헤어졌는데, 이번엔 캐리어까지 들려 정민의 집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갈 곳 없는 하늘은 나름 잘나가는 BJ 봉식(정휘)의 옥탑방에 얹혀살게 된다. 

이후 하늘과 봉식이 사랑에 빠진다던가, 원룸보다 작은 옥탑방에 함께 살며 갈등이 생긴다거나 하는 상황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의 루프탑 라이프는 유쾌하다. 다만 각자의 연애 라이프가 좀 삐걱거릴 뿐이다.  

봉식이는 자신에게 노후는 없다면서 명품 소비 생활을 즐기지만, 연애 라이프까지 거침없는 건 아니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민호(곽민규)와 밀기가 더 강한 밀당 중이다. 하늘이도 이번엔 진짜 이별이라고 외치지만, 어떻게 화해를 해야 할지 좌충우돌 중이다. 거기다 하늘인 틈틈이 면접을 보러 다니긴 하지만, 잘 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어 고민이다. 

 
기자간담회에서 김조광수 감독은 과거와 달리 요즘 20대는 10대 시절에 정체성 고민을 끝낸다면서, 그들의 밝은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이 영화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거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스토리는 주변으로 완전히 밀려나 있다. 대신 밀당을 베이스로 한 연애 스토리가 중심을 차지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발랄하게 느껴진다.

사실 ‘메이드 인 루프탑’은 철저히 주인공들만의 이야기다. 왠지 뭔가 크게 다를 것만 같을 그들의 일상은 그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펼쳐진다. 대낮에 공원 데이트도 하고, 운동도 한다. 그들의 공간이 집과 술집 정도로 한정된 것도 아니다. 관객들 앞에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일상 중엔 특이할 게 별로 없다. 

신 스틸러 순자(이정은)도 이 영화를 유쾌하게 만든다. 하늘과 봉식의 일상을 엿보는 외부인이라 할 수도 있지만, 순자는 그들이 의식해야 하는 그런 외부인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과 일상을 함께 하고 있는 울타리로 느껴진다. 게다가 이정은 배우 역시 이홍내, 정휘 배우와 마찬가지로 귀여운 연기를 펼친다.   

루프탑 내부도 아기자기한 소품과 밝은 색감으로 가득하고, 햇빛이 가득해 늘 밝다. 외부는 말할 것도 없다. 시야는 탁 트였고, 봉식이와 같은 빌라 거주자 순자(이정운)가 기르는 각종 식물로 가득하다. 영화는 시각적으로도 청량하다. 

그리고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음악 시퀀스도 이 영화의 발랄함을 배가시킨다. 김조광수 감독의 시그니처 스타일이기도 한데, ‘메이드 인 루프탑’에서는 인터넷 라이브 방송과 뮤직비디오가 섞인 느낌으로 하늘과 봉식의 듀엣 장면이 등장한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두 사람이 정말 신나 보인다.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에서는 등장인물이 총출동하는 축하공연으로 음악 시퀀스가 등장했었는데, 스케일은 좀 작아졌지만, 변화된 미디어 환경이 적용되었고, 힙한 느낌이 커졌다.

김조광수 감독의 두 장편 영화 사이엔 8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동성애에 대한 세상의 시선이 크게 바뀐 건 아니다. 차이나 다름으로 이해하는 대신 존재조차 ‘반대’하거나, 차별하지 말자는 것조차 이해 못하는 이들도 있다. 

‘메이드 인 루프탑’에서도 이런 상황이 등장하긴 한다. 발랄한 주인공들이 익숙한 듯 대처할 뿐이다. 그래서 한 편으로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의 루프탑에서는 방울토마토, 고추, 청경채와 더불어 20대 청년들이 열심히 성장하고 있다. 그들은 또래들이 하는 고민을 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일상과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20대 배우들 역시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이 영화를 통해 두루두루 젊음의 발랄함을 느껴보기 바란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위 기사는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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