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선 편안하길.." 광주 버스참사 희생자 눈물 속 첫 발인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54번 시내버스 참사' 피해자의 첫 발인식이 사고 나흘째인 12일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이번 참사로 숨진 9명 중 가장 먼저 발인이 치러진 피해자는 버스에 함께 탄 아버지와 안타깝게 생사가 갈린 딸 김모(여·31)씨다.
고인은 사고 직전 수술을 받고 암 투병 중이던 엄마를 병문안하기 위해 아빠와 함께 시내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재개발 공사장 옆 정류장에 멈췄을 때 철거 중이던 건물이 기울더니 도로 방향으로 쏟아지듯 무너졌다. 무너진 건물 더미가 덮친 버스에서 앞쪽 좌석에 앉은 아빠와 달리 뒤쪽 좌석의 딸은 목숨을 잃었다.
부모보다 먼저 생을 마감한 딸의 마지막 여정을 가족과 친구 등 20여 명이 지켜봤다. 영정을 앞세운 이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인은 광주의 한 대학을 졸업하고 최근 수의학과 편입을 준비하는 성실한 학생이었다. 고인의 유족은 앞서 본지에 “독서실 다니면서 아르바이트해 생활비를 직접 벌어 쓰고, 틈틈이 부모님 장사도 돕던 착한 딸이었다”고 했다.
가족들은 이번 참사의 부상자인 동시에 유족이기도 한 아빠에게는 아직 딸의 죽음을 알리지 못했다. 사고 피해로 회복 중인 아빠가 딸의 죽음을 견뎌내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고인의 삼촌인 A(67)씨는 “무슨 날벼락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A씨는 “현장을 가봤더니 되지도 않는 공사를 했다”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지나가는 버스를 덮쳤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탄식했다.
김씨의 발인을 시작으로 12일 하루동안 4명의 희생자들이 발인된다. 사고 희생자들의 사망원인을 규명하는 부검은 전날 늦은 오후부터 시작됐다.
시민 추모객을 위한 합동분향소는 광주 동구청 주차장에 마련됐다. 합동분향소에는 이날 오전 9시30분까지 1700명이 다녀갔다. 동구는 합동분향소를 오는 14일까지 24시간 시민들에게 개방한다.
참사는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사업지의 버스 정류장에서 발생했다. 철거공사 중이던 5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면서 바로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잔해에 통째로 매몰됐다. 버스 안에 갇힌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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