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서복', OTT 간 韓 영화..극장가 흥행은 외화가 책임 [ST상반기결산]

현혜선 기자 2021. 6. 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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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 사진=프리픽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2021년 상반기 극장가는 장기화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여전히 침체됐다. 극장을 찾는 관객을 발길이 줄다 보니 한국영화는 OTT(Over The Top, 인터넷으로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 행을 택했고, 빈 극장가는 외국영화가 채운 모양새가 됐다.

◆ 장기화된 코로나19, 한계 봉착한 극장업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1년 1월 총 관객수는 178만6117명, 2월은 311만1920명, 3월은 325만6510명, 4월은 256만2143명, 5월은 437만8144명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인 지난해 1월과 2월 각각 1684만3695명, 737만2370명이 극장을 찾은 것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수치다. 다만 지난해 집단 감염이 시작되면서 3월 관객수 183만4722명, 4월 관객수 97만2572명, 5월 관객수 152만6236명이 극장을 방문한 것에 비해서는 소폭 올랐다.

그러나 2019년 1월 관객수 1812만2443명, 2월 2227만7733명, 3월 관객수 1467만1693명, 4월 관객수 1333만8962명, 5월 관객수 1806만2457명에 비해서 약 70% 이상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극장업계는 정부의 실효적인 대책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지난달 12일 한국상영관협회장, 한국예술영화관협회 대표, 멀티플렉스 4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Q) 국내사업본부장 등은 영화관 업계 정상화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극장업계는 "영화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영화 개봉 지원을 해야 한다. 또 극장사들은 2월부터 관객 1인당 1000원의 개봉 지원금을 배급사에 지급하고 있는데, 이 역시 한계에 도달했다. 정부는 배급사들에게 영화 개봉을 독려할 수 있는 개봉 지원금과 관객 입장료 할인권을 지원해 달라"고 전했다. 또 영화발전기금 납부 면제와 극장 임대료 및 금융 지원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넷플릭스 티빙 / 사진=각 로고


◆ 한국영화는 OTT 타고 세계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OTT가 대중들을 사로잡을 새로운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위험부담은 줄이면서 세계적인 화제성을 안고 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우선 한국 최초 첫 SF 영화인 '승리호'가 2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다.

당초 '승리호'는 지난해 극장 개봉을 예정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넷플릭스로 노선을 틀었다. '승리호'의 제작비는 약 240억 원가량이었고, 넷플릭스는 '승리호' 판권으로 약 310억 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리호'의 넷플릭스 행은 성공적이었다. 영상 콘텐츠 차트 업체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승리호'는 공개 직후 6일간 넷플릭스 톱10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터키, 타이, 스웨덴, 스리랑카,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러시아, 필리핀, 페루, 노르웨이, 몬테네그로, 말레이시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아이슬란드, 칠레, 홍콩, 핀란드, 에스토니아, 덴마크, 도미니카공화국,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벨기에 등 26개국에서 1위였다. 미국, 캐나다, 브라질, 호주, 프랑스, 스페인, 독일, 영국 등 북·남미, 유럽권에서도 모두 5위 안에 들었다.

'승리호'가 2021년 OTT 공개로 성공적인 신호탄을 쏜 이후 영화 '낙원의 밤' 역시 넷플릭스 행을 택했다.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4월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승리호 낙원의 밤 서복 / 사진=각 영화 포스터


'낙원의 밤'은 '신세계', '브이아이피', '마녀' 등을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받았다. 뿐만 아니라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서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공식 초청돼 기대를 더했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은 '낙원의 밤'을 두고 "몇 년간 한국 영화계에서 나온 가장 뛰어난 갱스터 영화 중 하나"라고 극찬했고, 해외 매체들 역시 "박훈정 감독의 피 튀기는 범죄 스릴러. 낮게 연주하다가 갑자기 볼륨을 크게 높이는 록밴드처럼 다이내믹한 역동성을 강하게 보여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서복'은 극장과 토종 OTT인 티빙(TVING) 동시 공개를 최초로 선택했다.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이 서복을 누리는 세력의 추적 속에서 특별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다.

'서복'은 4월 15일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공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극장과 OTT의 상생 방향을 제시한 것. '서복'은 극장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으며 총 관객수는 38만5296명으로 집계됐다. 당시 극장 사이트인 CGV, 메가박스, 예매 사이트인 예스24, 인터파크, 네이버 영화, 다음 영화까지 주요 사이트에서 예매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티빙에서는 개봉 당시 2주 연속 실시간 인기영화 1위를 차지했다.

해외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서복'은 해외 56개국에 선판매됐으며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의 지역에서 동시 개봉했다. 홍콩에서는 개봉주 1위를 차지했다.

이에 힘입어 CJ ENM은 '해피 뉴 이어'의 티빙, 극장 동시 개봉을 추진한다. '해피 뉴 이어'는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임윤아, 원진아, 김영광, 서강준, 이광수 등이 출연해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분노의 질주 크루엘라 / 사진=각 영화 포스터


◆ 극장 흥행은 외화가 책임진다

굵직한 한국 영화들이 OTT 행을 선택하다 보니 극장은 텅 비었다. 그야말로 한국 영화 찾아보기가 힘들었을 정도다. 스코어도 신통치 않았다. 이 자리는 외화가 채웠다.

1월부터 외화가 강세를 보였다. 1월 20일 개봉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은 누적 관객수 204명을 기록했다. '소울'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된 조와 지구에 가고 싶지 않은 영혼 22가 함께 떠나는 특별한 모험을 그린다. '소울'은 설 연휴 특수를 얻으며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 약 두 달에 걸친 흥행으로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였다는 평가다.

1월 27일 개봉된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편'도 장기 흥행의 아이콘이다. 누적 관객수 207만 명으로 집계된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편'은 약 5개월이 지난 최근까지도 박스오피스 5위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1월 한국영화는 '세자매'를 제외하고는 개봉되지 않았다. '세자매'는 누적 관객수 8만 명을 동원했다. 설날이 있었던 2월에는 코미디 영화 '미션 파서블', '새해전야' 등이 개봉됐으나 성적은 좋지 않았다. '미션 파서블'은 44만 명, '새해전야'는 17만 명의 스코어를 기록했다.

3~4월 극장가는 한국 영화가 조금 더 개봉된 모양새였다. '서복', '자산어보', '내일의 기억',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연이어 개봉된 것. 그러나 이들 모두 100만을 넘기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이 가운데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편'이 꾸준히 흥행됐다.

5월에는 할리우드 영화들이 힘을 냈다. 5월 19일 개봉된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 오프닝 스코어인 40만 관객을 기록하며 화려한 포문을 열었고,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꾸준히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던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빠른 속도로 200만 관객의 벽도 깼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와 함께 디즈니 실사 영화 '크루엘라'도 관객수를 견인 중이다. 5월 26일 개봉된 '크루엘라'는 입소문을 타고 누적 관객수 56만을 기록했다. 실시간 예매율 역시 1, 2위를 앞다투고 있다.

3일 개봉된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의 흥행도 눈여겨볼 만하다.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는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개봉 6일 간 1위를 유지했다.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 역시 마니아 층의 성원에 힘입어 당분간 흥행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2021년 상반기 영화계는 장기화된 코로나19 영향을 제대로 받았다. 휘청이는 극장가와 OTT의 성장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미지수다. 극장가와 OTT가 상생할 수 있을지, 코로나19 시국이 끝난 후에는 어떤 판도로 돌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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