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시간만 일찍 태어났어도 내 운명은..

한겨레 2021. 6. 1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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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명랑쾌활한 성격으로 살 수만 있다면.' 기자로 일하는 내가 생각만큼 취재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늘 드는 생각이다.

지난해 내 사주를 본 상담가는 한 시간만 빨리 태어났어도 지금과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은근한 달빛을 뜻하는 정화(丁火)의 특성상, 이 사주의 주인공은 조용하고 사색적인 성격을 가질 텐데, 같은 자리에 태양을 뜻하는 병화(丙火)가 있었다면 지금보다는 좀더 밝고 활달한 성격에 자신을 드러내는 데 거침이 없는 성격이었을 것이란 게 상담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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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발랄한 명리학][토요판] 발랄한 명리학
14. 태어난 시간의 중요성
게티이미지뱅크

​‘좀더 명랑쾌활한 성격으로 살 수만 있다면….’ 기자로 일하는 내가 생각만큼 취재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늘 드는 생각이다. 누구에게나 거리낌 없이 전화를 걸어 시원시원하게 말하고, 처음 만난 사람과도 화통하게 대화하며, 때론 공격적인 취재도 곧잘 하는, 그런 티브이에 나오는 전형적인 기자의 모습. 내 성격은 그런 ‘만능 기자’와 거리가 멀었다. 꼭 필요한 말 아니면 안 하고, 낯가림과 수줍음은 언제나 나의 벗이며, 각 잡고 일할 때에만 열심히 사람을 만난다. 매일매일 뼈를 깎는 노력과 고군분투가 뒤따라야 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내 사주를 본 상담가는 한 시간만 빨리 태어났어도 지금과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그 상담가 설명으로는, 내 사주 여덟 글자를 자연물의 형상으로 그려보면 넓은 대지(土)에 작은 나무들(木)이 서 있는 모양새인데 하늘엔 달(火)이 떠서 나무들을 비추고 있다.

추운 계절인 이른 봄에 태어난 내겐 따뜻한 기운이 필요한데, 다행히 태어난 시간에서 따뜻한 불의 기운인 달빛, 즉 정화(丁火)가 들어왔다. 사주 네 기둥 중 적절한 시주(時柱) 덕분에 사주팔자 전체가 너무 춥지 않게 균형을 이뤘다고 했다. 명리학은 사주 여덟 글자의 조합에서 추운지 따뜻한지, 습한지 건조한지, 이런 한난조습(寒暖燥濕)의 균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면서도 상담가는 내 팔자에 2% 부족함은 있다고 했다. 넓은 대지에 나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뜨거운 태양이 시주에서 들어왔으면 지금보다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은근한 달빛을 뜻하는 정화(丁火)의 특성상, 이 사주의 주인공은 조용하고 사색적인 성격을 가질 텐데, 같은 자리에 태양을 뜻하는 병화(丙火)가 있었다면 지금보다는 좀더 밝고 활달한 성격에 자신을 드러내는 데 거침이 없는 성격이었을 것이란 게 상담가의 설명이다.

그 설명을 듣고 난 ‘딱 한 시간만 일찍 태어났어도’라는 실현 불가능한 후회가 몰려왔다. 두 시간마다 시주가 달라지는 사주 구조상 내가 태어난 시간에서 한 시간 일찍 태어나면 내 사주팔자의 두 글자가 달라진다.

지난번 연재 글 ‘택일에 관하여’에서 명리학의 조언대로 인생 대소사를 결정하고 실천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이야기했다. 태어날 아기 사주에 좋다는 사주팔자를 받아 그에 맞춰 제왕절개하는 수술이 생각보다 실행하기 어렵다고 하더라. 그래도 명리학을 공부한 나로서는 생시의 중요성을 쉽게 간과하긴 어렵다.

사주의 네 가지 기둥 중 시주는 노년기, 자식 등을 뜻하며 ‘미래 자리’라고도 한다. 그래서 연, 월, 일까지 세개의 기둥이 같더라도 시주 두 글자가 다르면 그 사람의 노년기 운과 자녀 운에 대한 예측이 달라질 수 있다. 언제 태어나냐, 한 끗 차이로 나머지 여섯 글자의 부족한 기운이 채워져 균형 잡힌 사주가 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옛날 사람들은 자기가 언제 태어났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닭 울 때’, ‘소 먹이 줄 때’ 태어났다고만 알기도 한다. 그래서 시간을 모를 경우 사주 여덟 글자 중 여섯 글자만 놓고 대략 가늠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시주가 무엇이냐에 따라 해석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특히 마음에 드는 상대와 궁합을 보려는데 태어난 시간을 모른다면? 연, 월, 일 삼주만으로 궁합 해석이 가능은 하지만, 결정적으로 상대의 노년기를 모르는 셈이니 정확한 해석은 아닐 것이다. 나 역시 배우자의 생시를 모른다. 그래서 아마추어 실력으로 여러번 그와 궁합을 봤지만, 미래는 ​정말 모르는 일…. 운명에 나를 맡기고 오늘도 열심히 아끼며 사랑할 수밖에.

봄날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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