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지휘권과 사법권 분리 절실..제왕적 관할관 제도도 개혁해야

박상휘 기자,김정근 기자 2021. 6. 12.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군 제도 개혁①] 군검찰 장관 검찰단으로 이관 또는 해체해야
최소 고등군사법원 폐지 및 민간 이관도 논의 필요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모 공군 중사 분향소에 온라인에서 고인을 추모하며 쓴 추모글이 놓여져 있다. 2021.6.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김정근 기자 = 강제 추행 피해를 당한 후 군의 조직적인 은폐와 축소에 못이겨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이 중사의 사건을 계기로 군의 사법제도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중사가 겪었던 끔직한 사건의 핵심은 범죄가 발생해도 이를 철저히 수사해야 할 군 사법체계가 이를 무시하고 은폐, 축소시킨 데 있다.

은폐와 축속, 불공정한 수사와 재판이 쉽게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는 군이 조직의 특수성을 이유로 민간과는 다른 군 사법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검찰부 국방부 검찰단으로 옮기거나 폐지해야

군사법원법상 보통검찰부가 설치된 부대의 지휘관은 군 검찰사무를 관장하고 군사경찰과 군 검사를 지휘, 감독한다. 사실상 부대 내에서는 제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나 이번 이 중사 사건이 발생한 20전투비행단의 군사경찰과 같이 규모가 작은 곳의 경우 인사권을 쥐고 있는 지휘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지휘관 역시 사건이 최대한 외부로 노출되지 않거나 축소되는 것이 유리하다. 이는 부대에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경우 인사 평정에서 지휘관이 불리한 평가를 받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사건이 발생하면 모두 한 몸이 돼 사건을 감추는데 급급한 것이다.

정웅석 서경대 법학 교수는 "현재 법 상으로는 군 경찰이 어떻게 사건을 처리해도 이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는 상황"이라며 "통제가 없고 군사경찰이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영향 아래 직접 사건 결과 등이 군 지휘관에 넘어가는데 이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 중사 사건이 뒤늦게 보고된 이유도 다 이같은 배경이 깔려있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검찰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통검찰부를 국방부 장관 및 각 군 참모총장 소속의 검찰단으로 옮기고 또 국방부 장관 및 각 군 참모총장은 군검사를 감독하되 구체적 사건에 관해서는 소속 검찰단장만을 지휘, 감독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것 역시 국방부가 낸 관련 법률 개정안에 담겼던 내용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사건의 수사를 민간에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는 허황된 방안이 아니다. 다수의 국가에서는 이미 이같은 제도를 운영 중이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군검찰을 두고 있지만 군검사는 법무참모의 지시만 받을 뿐 지휘관의 영향력 행사가 밝혀지면 지휘관의 형사처벌은 물론, 재판의 무효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영국도 군검찰이 기소를 담당하지만 군 내부의 명령체계와 독립돼 국방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독일은 군검찰 조직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군 범죄라 하더라도 수사와 기소는 일반검사가 담당한다. 프랑스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민간 검사가 군 관련 사건을 처리한다.

이스라엘의 경우가 조금 독특한데 군검사는 군법무감에만 구속되며, 검찰단장을 중심으로 지역 군검찰부로 구성된다. 그럼에도 지휘관은 수사 및 기소에 권한이 없다. 일본과 대만, 터키 등은 군검찰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제왕적 군사법원 관할관 제도…1심부터 민간으로 넘겨야

지난 2010년, 상관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하고 이에 반발하자 가혹 행위를 받자 극단적 선택을 한 여군 중위가 있었다. 당시 혐의를 받은 인물은 같은 부대 이 모 중령.

그런데 이 중령은 조사 기간 중 군사재판 재판장으로 임명됐다. 성범죄 의혹을 받는데도, 3건의 다른 성범죄 재판을 맡기도 했다.

이같은 일이 가능한 이유는 군 사법제도상 지휘관은 관할관(고등군사법원의 관할관은 국방부 장관, 보통군사법원은 통상 군단장)이라는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지휘관은 관할관이란 권한으로 재판관을 지정할 수 있고 일반장교를 심판관이란 이름으로 판사석에 앉힐 수 있다. 지휘관이 재판 전반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권한도 막강하다. 관할관은 재판부가 결정한 형량을 3분의 1 미만의 범위 내에서 재량으로 감경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 제도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폐지에 대한 공론화가 있었으나 군의 기득권 지키기를 포함해 군 출신 의원들을 상대로한 광범위한 로비 덕에 입법화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정부안으로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 제도의 부작용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지난 2014년에는 여군 대위에게 지속적인 가혹행위와 성추행을 가해 극단적 선택까지 이르게 한 육군 노모 소령에게 1심 군사법원은 징역2년에 집행유에 4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양형의 이유는 "강제추행의 정도가 약했고 피고인은 아무런 전과가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참작됐다"는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

2017에는 이같은 사건도 있었다. 군 법원은 부사관인 피고인이 위관급 여성 장교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는 등 3차례에 걸쳐 추행한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피고인이 초범이고 취중에 우발적으로 범행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선고를 유예했다. 집행유예도 아닌 무려 선고유예였다.

현장에서는 민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도 존재한다. 사회에서는 엄격히 분리되는 검사와 판사가 군에서는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것이 보통이고, 하물며 피해자국선변호사도 같이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군판사로 일했던 간부가 군검사도 되고 때로는 지휘관의 법무참모도 될 수 있는 군 법무관 인사제도 때문이다.

이같은 구조를 깨기 위해서 군은 현재 고등군사법원에 한해서는 폐지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기밀 유출 등 군 범죄 특수성상 1심 재판은 군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논린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군사법원 제도를 아예 폐지하거나 전시 상황에서만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기준 군 기밀 누설, 군무이탈, 군용물 관련 죄 등 군사범죄는 228건으로 전체의 8%에 불과했다. 나머지 92%는 군인이 저지른 일반 형사범죄와 같았다.

최용근 민변 사법센터 부소장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군대 지휘권, 군기 확립을 고려해도 범죄를 판단하는 사람이 반드시 군인일 필요는 없다"며 "지휘관에 의해 모든 재판 상황이 관장돼야 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지휘관의 압력만 높아질 수 있다. 또 지휘계통 재판관이 임명되는 것은 오히려 재판부의 민주적 정당성을 후퇴시킨다"고 강조했다.

sanghw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