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정치가 키운 '이준석 당대표'..반짝 인기냐, 보수 재집권이냐
구태 정치에 'OUT' 명령한 민심…"586·MB·朴 싹 바꿔라"
[30대 보수 당대표 탄생]
이러한 돌풍이 가능했던 요인으론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현재의 집권 세력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보수층의 절박감과, 기존의 보수 정치인이 아닌 새로운 얼굴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이 그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문재인 대통령 집권 전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10년간 집권했고 2017년부터 586 세대 중심의 현 정부가 기득권으로 부상했는데 두 세력 모두에게 민심이 반발한 것"이라며 "두 세력 모두 교체하라는 엄중한 민심이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이준석을 통해 분출했다"고 분석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정치평론가)는 "탄핵을 거치면서 보수가 궤멸했고 민심이 민주당에 기대를 걸었는데, 민주당이 180석의 거대한 나무가 됐음에도 거대한 열매가 열리지 않고 쓰다. 근데 폐허가 된 줄 알았던 국민의힘 고목나무에 꽃이 핀 것"이라며 "너무 반가워서 여기에 기대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엄 소장은 "보수층의 집권 의지가 세게 작동했다"며 "기존의 보수 정치인과 차별화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흔들림 없이 야권 대권후보 1위를 지키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국민의힘 당 대표도 과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계를 맺었던 정치인은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진의 나경원·주호영 후보가 아닌 이준석을 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 지지층이 기존의 관성을 딛고 2030 세대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준석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함으로써 60대와 20대가 연합하는 전무후무한 보수정당의 수권화를 꾀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부동산 불법 의혹이 불거진 12명의 의원에 대해 출당 조치를 내리고, 박용진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약진하는 것도 모두 '이준석 바람'에 따른 나비효과란 평가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대한민국의 유권자들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권력의 오만과 독선엔 반드시 회초리를 드는 역동적인 측면이 있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도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바람에 자극을 받을 것이다. 친문·반문 구도가 변화할 계기인데 시대적 바람을 제대로 읽는지 여부가 집권하느냐 못 하느냐를 가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변화 긍정적, 걱정도"…'이준석 대표' 중진들 심경 들어보니
[30대 보수당 대표 탄생]일부 우려 있지만 정권교체에 긍정적 평이 대세…"조력 아끼지 않을 것"
11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당선된 가운데, 김태흠 의원(3선·충남 보령·서천)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가 다소 가벼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대선 정국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수 있을까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가 가벼움으로 국민들에게 금방 실망을 주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며 "유승민 전 대표와의 관계와 관련해서도, 계파가 없다고 하지만 차후 인사 등에서 혹여 내분이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변화는 중심(당 대표)이 바뀌어야 일어나는 것이다. 바뀌어야 할 때 그렇지 않으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분명한 건 우리 당뿐 아니라 민주당, 정치권, 온 사회가 바뀔 것이란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공무원 사회 기수에 대한 연공서열도 타파되지 않을까'라며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평했다.
이명수 의원(4선·충남 아산갑)은 "이준석 대표는 의원 경험이 없지만 정치를 오래 전에 시작했고 젊음과 혁신의 마인드를 갖고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당을 운영하겠다고 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이 의원은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국민들과 당원의 표심이 이준석 후보에게 모인 것으로, 당내 문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며 "젊은 당 대표의 마인드를 당 곳곳에 접목시키고 당의 중진들과 현역 의원들의 경험과 경륜을 모으면 되고, 이 대표는 그런 부분을 잘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보다 더 젊은 당 대표가 되면 그 자체가 혁신이고 승리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중진들은 내년 정권 승리를 위해 역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5선·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은 "이준석 당 대표 당선은 변화를 뛰어넘는 변혁이라 생각한다"며 "새로운 변화의 결과,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니 이준석 대표를 잘 도와 내년 정권교체를 완성할 수 있도록 모든 조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병수 의원(5선·부산진구갑)도 "당이 잘 추스려져서 앞으로 10개월 후 있을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 잡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진들이 먼저 나서기 어려울 수 있으니 대표가 적극적으로 중진들에게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당 운영이란 게 만만찮다. 방송 나가서 인기 있는 발언하고 SNS에 확산하는 것 이상으로 국가 경영에 맞먹는 정치력이 필요하다"며 "이준석 체제가 자리잡지 못하고 의문이 확산한다면 반짝 인기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일단 국민의힘으로선 내년 대선 승리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반목과 불협화음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장안대 교수)는 "반 페미니즘 정서에 기대려 한다든가 백신 논란에서 중국을 매도하고 넘어가려는 것은 전형적인 '우파 포퓰리즘'"이라며 "이준석의 인기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과 20대 남성의 바람으로 포장됐지만 그 안엔 우파 포퓰리즘이 존재하고 정제되지 않은 선동적인 표현도 많다. 당 대표가 된 이후엔 메시지가 정제되지 않으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의힘 자체적인 쇄신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헌정 사상 첫 30대 보수당 대표로의 변화는 그 자체로 혁신의 상징이지만, 당이 진정으로 거듭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실망감이 배로 나타날 수 있다.
차재원 평론가(부산가톨릭대 겸임교수)는 "'당심 70%'라는 벽을 깨고 이준석이 당선된 건 그만큼 변화를 바라는 열망이 크다는 것인데 이것을 실현하려면 당 대표 간판을 바꿔서 될 것이 아니고 정치문화 전반을 바꿔야 한다"며 "보수가 기존의 기득권을 버리고 철저히 낮아지는 모습을 보여야 당 대표에 의해 속내까지 변했구나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포장지와 국민들과 당원들이 바꿔줬다면, 내용물을 바꾸는 건 당의 구성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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