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 외교'도 가시화할까
[경향신문]
영국 콘월에서 11~13일(현지시간)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코로나19, 기후변화, 경제회복 등 글로벌 이슈 대응을 위한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 가능성을 시험하는 자리다. G7 의장국 영국이 제안하고 미국도 지지를 보낸 ‘민주주의 10개국(D10)’ 구상이 윤곽을 드러낼지도 주목된다. ‘D10’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G7을 계기로 ‘민주주의 외교’에 관한 한국의 전략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게 될 이번 G7 정상회의에는 기존 7개 회원국(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에 더해 한국, 호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참석한다. 과거에도 G7 외에 다른 나라나 국제기구가 초청된 전례가 있지만, 올해 초청된 나라들은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운용하고 있으며 경제 규모나 기술 발전 측면에서도 선도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1월 한국 등을 초청한 이유로 “(G7과) 민주주의 및 기술에서 앞서 나가는 나라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꼽았다.
물론 올해 G7 정상회의 이후 곧바로 D10 구상이 제도화되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논의에 밝은 외교소식통은 11일 “D10 출범 관련 구체적인 논의는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G7 차원에선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여파 극복을 위한 백신 공급, 경기회복 문제를 비롯해 기후변화, 중국 관련 대응 등 시급한 현안 해결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D10(또는 D11) 후보로 거론돼온 국가의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D10 구체화를 위한 토대가 마련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 회의에 참석한 11개국 정상이 글로벌 현안에서 공동 대응을 약속하는 것 자체가 지니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전략 경쟁이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체제 우위를 놓고 다투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올해 G7의 민주주의 관련 논의가 가질 파급력은 적지 않다. 13일 한국이 참여하는 ‘열린사회와 경제’ 확대세션은 아예 인권, 민주주의, 공정무역 등에 할애했다. 하나같이 미·중 대립이 첨예한 분야다. 신장 위구르 인권 침해 등 중국과 연관된 민주주의 이슈에 대해 한·중관계 특수성을 고려해 직접적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던 한국 정부의 대응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새 시대의 도전에 대응하고 위협을 억지할 민주주의의 역량을 보여주기 위한 것”(6일 워싱턴포스트 기고)으로 규정한 G7 참석과 유럽 순방 이후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우는 ‘가치 외교’에 더욱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 의제에 관한 한국의 입장, 협력 수준이 향후 유엔 인권이사회 등 다자 차원은 물론이고 한·미 관계에서도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수 있는 셈이다.
한국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민주주의 거버넌스 협의체(DGC) 발족에 합의하면서 일정 부분 바이든 정부의 관심사에 부응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미국과 민주주의 거버넌스 문제를 논의하는 정부 당국 간 협의체를 가동 중인 나라는 일본, 독일, 대만 정도로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 협의체는 양국의 민주주의 모범 사례 외에도 국내외 인권 사안을 두루 다룰 예정이어서, 중국 관련 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 다시금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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