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정말 돌아왔나"..유럽 외교가에 퍼지는 의구심

최서윤 기자,최종일 기자 2021. 6. 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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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미국은 정말 다를까..미국 민주주의는 건재한가 '의문'
"4년 뒤 '제2의 트럼프' 나온다..그전에 동맹 관계 단단히 해둬야" 불안감
보리스 존슨(왼) 영국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6월 10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 베이에서 양자회담을 갖는 모습. ©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최종일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유럽을 택해 영국을 방문 중이다. 영국 현지 시간으로 11일 개막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어 벨기에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연달아 참석하면서 '돌아온 미국'을 증명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했던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나토 방위비 증액과 파리 기후협약 탈퇴 등 '행패'를 기억하는 유럽으로선 일단 한시름 덜었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선언, 민주주의 동맹 강화와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한번 놀란 유럽의 가슴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듯하다. '바이든의 미국'은 정말 '트럼프 이전의 미국'이 될 수 있을지, 바이든 이후의 미국도 그렇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를 두고 유럽 외교가에서는 계속해서 의구심이 퍼지고 있다고 11일 로이터통신이 서방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비드 오설리반 전 주미 EU 대사는 "지금이 트럼프 1.0과 트럼프 2.0의 중간 단계일지 모른다"면서 "이번 정부 시기를 기회로 관계를 충분히 닦아둬야 중간단계와 2024년을 넘어서도 (다자주의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쇼크'를 겪은 G7과 나토·EU 정상들은 미국 정치 추가 언제든 다시 흔들릴까 우려하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이 말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 지도자들은 일단 다자주의의 '생환'을 반기고 있지만, 그들의 의구심은 비단 트럼프 시기에만 국한된 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정책은 지나치게 긴 검토 기간 등으로 대(對) 중국 정책 등 핵심 분야에서 일부 엇박자와 불확실성의 신호를 줬다는 게 미 전직 당국자들과 외교관들의 평가다.

미 정부 고위 관리를 지낸 해리 브로드만 버클리 리서치그룹 상무는 "미국의 파트너국들은 여전히 트럼프 시기 일어난 일들로 휘청이고 있는데, 바이든의 메시지도 그닥 일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자료 사진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정책 가운데 동맹·파트너국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지점 중 하나로 '중산층을 위한 외교' 기조가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공사업 수행 시 원자재 등을 미국산 제품으로 조달할 것을 규정한 트럼프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를 계승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백신 지식재산권 유예안을 다른 회원국과 별다른 협의 없이 지지하는 등의 의사결정으로 동맹국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20년 전 미국이 최장기 전쟁을 시작한 9월 11일에 맞춰 모든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겠다는 다소 공격적인 목표 시한을 못 박았는데, 나토군 등 동맹국들도 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서방 외교관들은 이런 정책들을 미국 '국내용', 즉 중산층을 위한 외교의 일련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바이든 백악관의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트 설리번이 공동 저술한 '중산층에 보다 나은 효과를 발휘하는 외교 정책 수립' 보고서에는 "다수의 미 중산층은 미국이 글로벌 리더가 되고 강한 국방력을 갖추길 원하지만 이라크·아프간 등에서의 장기간 군사 개입을 우려한다"는 지적이 등장한다.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국의 외교정책이 미국 중산층 이익에 부응해야 한다. 국제경제의 규칙이 미국에 불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을 강조해왔는데, 취임 5개월이 지나고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드러나면서 "그게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뭐가 다르냐"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한 서방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의 중산층을 위한 외교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처럼 들린다"면서 "미국 우선주의는 분명 (바이든 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1월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비준을 막기 위해 의회의사당에 난입해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 © AFP=뉴스1

무엇보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이미 손상됐다는 시각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동맹국들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고, 이것이 동맹국들이 갖는 의구심의 가장 근본적인 지점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11월 3일 대선 이후 몇 달간 반복된 트럼프의 '선거 사기' 주장과, 올해 1월 6일 일어난 미국 의회의사당 폭동 사건의 충격은 동맹국들의 뇌리에서 쉽사리 잊히지 않고 있다.

나토 고위 관리를 지낸 브뤼셀 싱크탱크 '프렌즈 오브 유럽'의 제이미 시어는 "다음 미국 대통령으로는 트럼프 스타일의 지도자가 나올 것 같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친유럽 성향의 이 정부가 집권하는 4년 안에 견고한 환대서양(Trans-Atlantic) 경제·안보 파트너십을 공고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의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지 못하면서 법안 통과와 국제적인 기조 수정이 쉽지 않은 점도 우려 요인이다. 현재 100석의 미 상원은 민주 48석·무소속 2석·공화 50석, 하원 435석은 민주 219석·공화 212석으로 양분돼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G7 재무장관회의에서 법인세율 하한선을 15%로 정하고 각국이 100대 고수익 대기업에 과세하는 안을 제시해 회원국들의 동의를 받아냈지만, 공화당 지도부가 이를 즉각 반대하고 나선 것은 '약한 여당'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퓨리서치 센터는 지난 10일 발표한 설문에서 "유럽과 아시아 12개국 국민들은 여전히 미국을 '어느 정도는 믿을 만한' 파트너로 보고 있지만, 현재의 미국 민주주의가 민주주의 가치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자료 사진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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