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한우'와 함께 커가는 젊은 귀농 부부의 꿈

이윤희 기자 2021. 6.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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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첫 출하 성공..친환경 농장 인증도
질 좋은 한우 사육 목표..축산 교육 800시간 이수

[편집자주]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장원리 수만농장 이철호 대표와 아내 이효진씨. © 뉴스1

(안성=뉴스1) 이윤희 기자 = "국내 제일의 품질 좋고 맛 좋은 한우를 경험하게 되실 겁니다."

귀농 3년차에 접어든 수만농장 김철호 대표(41)의 말이다.

김 대표는 2018년 8월 아내 이효진씨(38)와 함께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장원리로 귀농해 축산업 경영자의 길을 걷고 있다.

김 대표가 귀농이란 큰 결심을 한 배경에는 아내의 끈질긴 설득이 있었다.

김 대표는 귀농전만해도 침구류 제조업체에서 근무한 직장인이었다. 효진씨는 그러나 작업 중 발생하는 섬유 먼지로 남편의 건강이 늘 걱정됐다.

이 때문에 효진씨는 친정 아버지가 운영했던 한우 농장에 관심을 갖게 됐고 남편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결국 김 대표는 1년 7개월에 걸친 효진씨의 끈질긴 설득으로 귀농을 결심했다.

귀농을 결심한 이들 부부는 2018년 3월 전국 축산 교육장 중 교육일정이 가장 빠른 경북 상주로 내려가 농협에서 주관하는 축산종사자 교육을 이수한 후 본격적인 귀농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효진씨가 어미소에게 먹이를 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 뉴스1

◇ 젊은 귀농 부부의 도전…‘우량한우’ 출하 마침내 성과

송아지 70두를 시작으로 축산업에 뛰어든 이들 부부는 지난해 첫 출하를 하는 기쁨을 맛봤다.

아직 수익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질좋은 한우를 키운다는 자부심이 크다. 육량보다는 사양관리(키우는 환경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현재 이들 부부는 육량도 좋고 등급 좋은 한우를 키우기 위해 번식용 소를 따로 키우는 일관 사육(번식+비육)으로 전향했다. 우량 등급의 어미소에서 태어난 송아지는 태어났을 때부터 따로 체계적으로 관리 받는다.

최근 축산업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면서 증축(增築)이 어렵게 된 점도 일관사육으로 전향한 이유다. 증축이 어렵게 되면서 송아지 값이 천정부지로 솟구쳐 직접 번식을 하기로 결심하게 됐다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지난해 첫 출하를 마치고 일관사육에 매진 중인 이들 부부는 현재 어미소 37두를 포함해 모두 78두를 사육 중이다. 올해에도 10여두가 출하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깔끔히 정리된 축사에서 소들이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 © 뉴스1

◇ 민원 없는 친환경 가축행복농장 비결은?

지방자치단체와 축산관련 기관에서 진행하는 교육도 놓치지 않는다. 최고의 축산업 경영자를 꿈꾸는 이들 부부는 이날도 비대면 축산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들 부부가 3년간 받는 축산 교육만 800시간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현재 이들 부부가 운영 중인 수만농장은 친환경인증에 이어 지난해에는 가축행복농장 인증도 받았다. 도내 전체 농장 중 가축행복농장 인증을 받은 곳은 90여개 정도로, 초보 축산 경영자치고는 대단한 성과였다.

실제 취재진이 수만농장을 방문했을 때 가축분묘 냄새를 거의 맡을 수 없었다. 이들 부부는 축사 내 청결함도 중요하지만, 주변 마을 주민들을 위한 마음이 더 컸다. 교육을 통해 습득한 미생물 활용법을 적용해 축사 내 분뇨 냄새를 상당 부분 줄이는 성과를 낸 것.

효진씨는 "농장을 시작하면서 무엇보다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매일같이 축사 청소도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면서 "지금은 미생물 활용법을 활용해 냄새를 많이 잡았고, 그 결과 민원 발생도 없다. 무엇보다 어린 송아지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어 너무나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수만농장. © 뉴스1

◇ 만만치 않은 귀농…성공하려면 잘 따져보고 ‘교육’ 받아야

첫 출하부터 친환경 농장 인증까지 얻게 된 이들 부부에게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귀농 후 송아지 먹이로 쓰이는 사료비가 매월 적게는 700만원, 많게는 900만원이 필요했다. 결국 은행돈을 쓸 수밖에 없었고, 이렇게 빌린 돈은 2억 원이 훌쩍 넘었다. 투자금만 생각하고, 운영비를 세심하게 따져 보지 못한 결과였다. 다행히 은행 빚은 첫 출하 후 받은 돈으로 모두 상환한 상태다.

김 대표는 "많이 힘들었다. 은행빚은 늘어가고 막막했다. 축사 경영 방향과 관련해 아내와 의사결정이 상충된 부분도 많이 어려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송아지가 자라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첫 투자비용이 회수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매년 올라가는 사료값 등 운영비는 축산업 귀농인에게는 큰 부담"이라며 "정부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예비 청년 귀농인들을 위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오랜 준비과정과 많은 자료수집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관련 교육을 이수할 것을 권유했다.

김 대표는 "막상 현장에 와보니 많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러 귀농인들의 자문을 받을 것을 권유한다"면서 "무엇보다 여러 기관에서 주관하는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귀농 교육을 통해 많은 정보가 공유되고, 전문지식도 쌓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경험하고 배운 뒤 귀농 결심을 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l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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